본격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일까. 기업의 재고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서 두드러진 가운데 삼성전자도 전기·전자 업종 증가액의 절반이 넘도록 재고가 늘면서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평가데이터에 의뢰해 분기마다 재무제표를 공시하는 제조업체 상장사 1400여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기업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2분기 61조4770억원에서 올해 2분기 89조1030억원으로 27조626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의 재고자산은 7조4370억원에서 9조5010억원으로 2조640억원 늘었다.
제조업 전체로는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올해 2분기 재고자산이 39.7% 증가했고, 재고자산 물량이 가장 많은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통신장비 제조업은 전체 제조업 재고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2분기 24.7%에서 올해 2분기 27.9%로 확대됐다.
특히 대한상의는 '기업 활동으로 본 최근 경기 상황 평가' 자료에서 "지난 2분기 산업 활동 동향의 제조업 재고지수 증가율(계절 조정 전년 동기비)이 18.0%를 기록해 분기별 수치로는 지난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분기(22.0%)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재고는 경기 변동에 따라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줄어들게 마련이지만, 최근 재고 증가 흐름은 지난해 2분기를 저점으로 4개 분기 연속 상승하는 이례적인 모습"이라며 "이처럼 분기 기준으로 장기간 재고지수가 상승세를 보인 것은 2017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재고지수 증감률은 지난해 2분기 -6.4%에서 올해 2분기에는 22.0%로 늘었지만, 중소기업은 1.2%에서 7.0%로 상대적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을 보자. 기업 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19조4761억원이었던 재고자산이 올해 상반기 32조7531억원으로 13조2770억원(68.2%) 증가했다. 이는 IT 전기·전자 업종 재고자산 증가액의 절반을 훨씬 넘는 수치다.
전기·전자 21개 기업의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은 50조478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1조3973억원보다 19조816억원(60.8%) 늘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8909억원에서 1조4250억원으로 2조3159억원(160.0%), LG에너지솔루션은 2조2660억원에서 4조451억원으로 1조7790억원(78.5%)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2분기 말부터 기업들은 일부 생산을 조절하고 있지만, 재고가 이미 높은 수준이므로 3분기부터는 생산 감소가 본격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면 유휴 인력이 발생하고, 그만큼 고용과 신규 투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실제 주요 대기업 중 10곳 중 6곳은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62.0%는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신규 채용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 중 신규 채용 계획 미수립 기업은 44.6%로 전년 동기(54.5%)보다 줄었지만, 채용하지 않겠다는 기업은 17.4%로 전년 동기(13.3%)보다 증가했다.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한 이유에 대해서는 '추가 인력 수요 없음'(30.0%)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