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기업이나 개인이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고용·노동·복지·안전 이슈로 받는 처벌을 분석해 보니 징역은 평균 2.8년, 벌금은 평균 274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한 전체 법률 중 약 64%는 사업주나 사용자를 처벌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고용노동부 소관 법률 34건과 고용이나 복지·안전과 관계된 다른 부처 법률 3건 등 총 37건의 법률에 담긴 처벌의 형량을 분석한 결과 징역은 평균 2.8년, 벌금은 평균 2740만원으로 파악됐다. 벌금형 중 가장 높은 액수는 10억원(중대재해처벌법상 사망사고 발생), 징역형은 10년(고용정책기본법이나 임금채권보장법의 개인정보보호 의무 위반)이 가장 높았다.
총 37건의 법률에 담긴 처벌 조항은 총 432개 행위에 대해 징역이나 벌금 등의 형벌을 부과하며, 432건 중 64.8%인 280건은 사업주나 사용자를 처벌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37개 법률 중 사업주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항목이 1건 이상인 법률은 총 24건이며, 이 중 최저임금법 등 8개 법률은 처벌항목 42건 모두 사업주가 처벌 대상이다.
처벌 항목 중 행위자와 법인을 동시에 처벌하는 양벌규정이 적용되는 항목은 397건으로 전체 432건의 91.9%에 달했다. 양벌규정은 통상 법 위반자에게 부과한 벌금과 같은 금액을 법인에 부과하며,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은 위반자 벌금의 5배~10배를 법인·기관에 양벌로 부과한다.
전경련은 양벌규정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도 지적한다. 이에 대해 "2007년 헌법재판소는 '면책규정 없는 양벌규정은 위헌'이라고 판결했고, 이후 양벌규정에 단서 조항을 넣는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그러나 현재까지 최저임금법 양벌규정 제30조는 미개정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민노동조합 최저임금헌법소원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최저임금제와 관련한 헌법소원 청구에 앞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고용·노동 관련 법에서는 행위자의 위법 행위 처벌에 △징역과 벌금을 병과 △형벌(징역 또는 벌금)에 수강 명령을 함께 부과 △기존 형벌에 2분의 1를 가중 △형벌과 별도로 최대 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항이 있어 더 무거운 형량이 부과될 수 있다.
이 중 중대재해처벌법은 법 위반 시 벌금이나 징역을 부과하는 것뿐만 아니라 △양벌규정 적용 △벌금과 징역의 병과 △최대 5배 징벌손해배상 △(동일 사고 재발 시) 형벌 2분의 1 가중처벌 △안전보건 교육 이수 명령(이수 명령 미이행 시 과태료 부과) 등이 가능하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유사한 산업안전보건법도 △(동일 사고 재발 시) 형벌 2분의 1 가중처벌 △수강 명령 병과(수강 명령 미이행 시 벌금이나 징역 부과) 등이 가능하다.
전경련은 주요 국가보다 형량이 과중하거나 행정기관이 규제 목적 달성을 위해 형벌을 과도하게 부과하는 것 등은 피해자나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 혜택 없이 불필요하게 전과자만 양산할 우려가 있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노조 명칭 사용 금지 위반 시 벌금 500만원을 부과하는 노동조합법 조항은 외국의 사례를 찾기 어려우므로 형벌 조항을 삭제하고, 소액 과태료 부과 등 행정 제재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급 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 이내 퇴직일시금 지급 의무 위반 시 징역 3년 또는 벌금 3000만원을 부과하는 퇴직급여법 조항도 근로자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사업주 징역형 대신 퇴직일시금 이행을 강제하는 과태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기업의 대표적인 사회적 기여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 고용 유지 노력, 안전한 사업장 환경 조성 등인데, 과중한 형벌 위주의 처벌은 이런 기업 노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정부가 경제 형벌 개선 작업을 하는 만큼 근로자나 산업재해 피해자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고,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법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