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의 '신(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한 가운데 반도체 부문에서 초격차 D램 공정·설계 기술을 적용하고, 7대 전자 제품의 대표 모델에 저전력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연도별 로드맵을 수립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신환경경영전략 간담회'를 열고, 기후 위기 극복 등 지구 환경 개선에 이바지하게 될 친환경 혁신 기술을 선보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환경안전센터장(DS부문) 송두근 부사장, 삼성전자 글로벌CS센터장(DX부문) 김형남 부사장,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 김수진 부사장이 참석했다.
최신 SSD·DDR5 교체 시 전력 소모 절감 예상
우선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수준의 초저전력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해 데이터센터·서버, PC, 모바일기기, 그래픽·게임 등 다양한 응용처의 전력 절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갈수록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데 드는 에너지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을 줄이고 열기를 식히는 것이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데 매우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서버를 삼성의 최신 저전력 SSD와 DDR5 등으로 교체할 경우 그 자체로 전력 소모가 절감되는 것은 물론 데이터센터 발열을 식히기 위한 전력도 절약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초격차 D램 공정·설계 기술 적용으로 차세대 컴퓨팅, 대용량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 분야의 전력 절감에 기여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노트북뿐만 아니라, 고성능 PC, 서버까지 응용처를 확장할 수 있는 삼성의 프리미엄 저전력 D램인 LPDDR5X의 속도는 이전 세대보다 1.3배 빨라지고 전력 효율은 약 20% 향상했다. 최선단 14nm 공정과 혁신적인 회로 설계, 업그레이드된 '동적 전압 기술'을 통해 이전 세대 제품보다 성능은 향상되고, 전력 소모량은 줄었다.
전 세계 32개의 생산 거점 등 방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전력뿐만 아니라 용수 사용량도 막대하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용수 사용량은 1억6400만톤에 달한다.
이에 삼성전자는 제조 공정 개선, 재활용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2019년 6855만톤, 2020년 7018만톤, 2021년 9394만톤 등 매년 용수 재이용량을 늘려 왔으며, 앞으로 이를 최대한 늘려 △2030년 물 취수량 증가 제로화(반도체) △2030년 사용 물 100% 환원(DX부문)을 추진할 계획이다.
가전제품 '스마트싱스 홈 라이프' 기능도 확대
또 삼성전자는 제품의 사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저감하기 위해 제품의 에너지 효율 제고에 기술적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곧 탄소 배출 저감에 동참하는 활동이 되도록 할 방침이다.
제품 개발 측면에서는 스마트폰,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PC, 모니터 7대 전자 제품의 대표 모델에 저전력 기술을 적용해 2030년 전력 소비량을 2019년 동일 스펙 모델보다 평균 30% 개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도별 기술 로드맵을 수립해 해당 기술을 확보하고, 확보된 기술을 다른 제품과 모델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스마트폰은 화면 주사율을 최적화하고, TV는 화면 픽셀 구조 변경을 통한 백라이트 밝기를 최적화한다. 냉장고는 초고성능 진공 단열재를 적용하고, 세탁기는 유로 저항이 적은 설계를 통해 소비전력을 저감한다. 에어컨은 고효율 냉매를 적용해 압축기 운전을 최소화한다. PC는 디스플레이 구동 전압을 최적화하고, 모니터는 전압 트랜스 효율을 개선한다.
삼성전자는 소비자가 제품 사용 중 손쉽게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도록 가전제품에 '스마트싱스 홈 라이프(SmartThings Home Life)' 기능 도입도 확대하고 있다.
이 중 에너지 서비스 모니터링 기능은 가구당 총 전력 사용량, 가전 기기별 사용 패턴, 일일 사용량과 절약량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AI 절약 모드'는 월말 목표 전력 사용량에 맞춰 필요할 때만 알아서 전자제품을 에너지 절약 모드로 작동한다. 또 부재중 에너지 사용 알림, 기기별 일일 사용량 알림, 자동 블라인드 개폐와 같은 에너지 절약 도우미 기능도 제공한다.
삼성전자 DX부문 글로벌CS센터장 김형남 부사장이 지난 16일 진행된 '신환경경영전략 간담회'에서 삼성전자 DX 부문 제품 환경 전략 추진 과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009년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31만톤의 재생레진을 플라스틱 부품 제조에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전제품의 내장 부품뿐 아니라 TV 후면 커버, 리모컨 케이스 등 외장 부품에까지 재생레진 적용을 확대하고 있고, 갤럭시 Z 폴드4에는 폐어망 등 해양 폐기물을 재활용한 플라스틱을 적용 중이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재생레진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재생레진 공급 업체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사내 전문연구소인 순환경제연구소 등과 품질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TV 받침대와 세탁기 세탁조와 같이 고강성(내구성)이 요구되는 부품과 냉장고 문 수납 선반, 세탁기 도어 커버 등 고광택·투명성(외관 품질)이 요구되는 부품은 재생레진 적용을 위한 기술 확보가 꼭 필요한 분야로 관련 협력 회사와 협업을 추진하고, 화학적 재활용, 해양폐기물 재활용 소재 등 더 폭넓은 재생레진 적용 기술을 발굴해 도입할 예정이다.
"다양한 재생에너지 옵션 중 가능한 수단 고려"
삼성전자는 전력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 간접 배출을 줄이기 위해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RE100에 가입했고, 2050년까지 사용 전력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재생에너지 전환 방식으로는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구매, 녹색 요금제(Green Pricing), 재생에너지공급계약(PPA), 재생에너지 직접 발전(Direct Generation) 등이 있다.
김수진 부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탄소중립 도전은 삼성전자만이 할 수 없고, 모든 당사자가 참여해야 달성할 수 있으므로 동종 업계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하겠다"며 "다양한 재생에너지 옵션이 도입된 상태라 가능한 수단을 고려해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고, 경영의 패러다임을 '친환경 경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2050년 직·간접(Scope1·2) 탄소 순배출을 제로화하는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탄소 직접 배출(Scope1)은 제품 생산 과정과 사업장 연료 사용으로 발생하는 탄소, 탄소 간접 배출(Scope2)은 사업장 사용 전력, 스팀 등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각각 의미한다.
우선 2030년 DX부문부터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DS부문을 포함한 전사는 2050년을 기본 목표로 최대한 조기 달성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