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긴축 부담에 유럽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국내 증시가 폭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하루에만 22원 급등하며 코스피가 3%, 코스닥이 5%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대외적인 변수들로 인해 증시 하락 추세는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9.06포인트(3.02%) 내린 2220.9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36.99포이트(5.07%) 급락한 692.37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모두 연저점을 새로 썼다. 코스닥 지수가 700선을 밑돈 건 지난 2020년 6월 이후 2년3개월 만이다. 낙폭 역시 2020년 6월15일(종가 기준 -7.09% 하락) 이래로 최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22.00원(1.56%) 오른 1431.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영국 파운드화의 급격한 약세,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당 출신 총리의 탄생 등이 달러 강세에 불을 붙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금리 0.75%p 인상) 여파에 영국발 경기침체 이슈까지 더해지며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영국의 대규모 감세 정책 발표에 파운드화가 급락, 이에 따라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현상이 심화되며 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긴축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주에도 연준 긴축 부담이 완화될 가능성은 낮다"며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관계자 외에도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연설까지 예정돼있기 때문에 긴축 경계심은 여전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연준의 강력한 물가안정의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따른 불안감 확대, 일본 중앙은행의 확고한 완화적 스탠스 등으로 자금이 미국 달러화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코스피 하락세도 보다 견고해질 거란 다소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경착륙과 침체 가시화로 인한 이익 전망 하향 조정을 반영해 코스피 하방 지지선을 2050선으로 추정했다.
그는 "연준의 금리인상은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글로벌 경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역성장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중장기 하락 추세는 더욱 견고해지고 명확해지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변동성이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가격에 더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뉴욕 연준이 발표하는 1년 후 침체 확률이 처음으로 25%를 상회했으며 점도표 실업률 전망치도 침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7월 초 기록했던 전 저점과 비교하면 시중금리는 과거보다 더 높고 침체확률도 커졌다는 점에서 하향 돌파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내다봤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729.36)보다 36.99포인트(5.07%) 하락한 692.37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