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와 유럽 자동차 안전도 평가인 유로 NCAP처럼 우리나라에도 국내 유일의 차량 충돌시험인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가 있다.
경기도 화성의 한국교통안전공단(TS) 자동차안전연구원 내에 마련된 충돌 시험동 참관실에 들어서자, 차량 충돌시험이 한 눈에 펼쳐졌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때는 지난 28일로 기아자동차 신형 카니발의 후방추돌 시험이 한창이었다.
후방추돌 시험이 시작되자, 몇초 뒤 싼타페(1735.0kg) 공차중량 정도의 고정벽이 시속 48㎞로 돌진하는 등 차량 후면에 충돌했다. 후방충돌 시험은 연료 누출 등 화재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이다.
고속도로의 경우 실제 차량 충돌 속도가 더 높지 않으냐는 물음에 전준호 자동차안전연구원 안전연구처장은 "충돌 시 속도는 미국, 유럽 등 세계적 기준이 정해져 있다"며 "차량 안전평가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한해 충돌 시험을 하는 신차는 70~80대 규모다. 시험에 필요한 차량은 교통안전공단 자체 예산으로 전부 구매해 시험한다. 현재 충돌시험은 자기인증적합조사와 자동차안전도평가 시험으로 구분돼 있다. 자기인증적합조사 시험은 고정벽정면충돌시험(50km/h), 부분정면충돌시험(56km/h) 등 6개 유형이며 자동차안전도평가 시험은 부분정면충돌시험(64km/h) 등 4가지다.
미래 모빌리티 상용화를 위한 K-CITY는 자율자동차 기술을 실제 도로와 똑같은 환경에서 실험할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가상도시다. 사진은 경기도 화성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K-City 전경. (사진=자동차안전연구원)
특히 자동차안전연구원은 미래 차량 안전에 대한 현미경 검증을 위해 자율주행차 분야로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지난 2018년에 구축된 자율차 전용 테스트베드인 케이-시티(K-CITY)가 대표적이다.
미래 모빌리티 상용화를 위한 K-시티는 자율자동차 기술을 실제 도로와 똑같은 환경에서 실험할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가상도시다. 최근까지 118개 기관이 무상지원 사업을 통해 총 2860회 이용했다. 이용 시간만 1만4831시간에 달한다.
1단계에선 자동차 전용도로와 도심, 교외 등 실제 규격과 동일한 시설이 구축됐다면 최근 완료된 2단계 고도화 사업을 통해 기상환경 재현시설, 통신음영시설 등을 도입했다.
기상환경 재현시설은 강우, 안개 등 다양한 기상환경에서 자율차가 반복실험과 안전성 평가를 할 수 있다. 이 곳은 터널형 실험시설(300m)을 포함해 총길이 600m의 왕복 4차선 도로로 구축됐다. 터널형의 실험시설에서는 5㎜/h에서 60㎜/h까지 다양한 강우 상황 재현과 시정거리 30m까지의 안개 상황을 재현할 수 있다.
통신음영 재현시설로는 도심 빌딩숲, 터널 등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치정보시스템(GPS) 신호 교란, 차량사물통신(V2X) 불가 상황 등을 시험해 볼 수 있다. 아울러 K-시티 내에는 자율주행 제작사들의 요청에 따라 고속도로 톨게이트도 구현했다.
김학선 자동차안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실제 고속도로에서는 한 번의 톨게이트 테스트를 위해 20~30km의 주행을 해야 하기때문에 비효율적"이라며 "K-시티 내에서는 300~400m만 돌아오면 콜게이트가 있어 자율주행을 테스트하기에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는 3단계 고도화 사업에 착수해 입체교차로·골목길·주차장 건물 등 보다 다양한 시설을 구축하고 인접한 주행시험장과 연계해 시험로 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다. 3단계 고도화 사업이 완료되면 테스트베드 규모는 종전 36만㎡에서 215만㎡로 확대된다.
자동차안전연구원 내에 문을 연 '자율주행 미래혁신센터'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 곳에서는 자율주행 발전을 이끌어갈 국내 새싹기업이 육성·지원된다.
내달 입주 예정인 8개 기업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자동차를 다양한 주행상황에서 반복시험하면서 데이터분석, 인공지능(AI) 알고리즘 수정 등 연구개발(R&D)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자율주행 미래혁신센터가 모빌리티 혁신의 주인공이 될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인큐베이터로서 역할을 하도록 지속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머지않아 자율주행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고 세계 유수의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에 정부가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지난 28일 경기 화성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자율주행 미래혁신센터가 모빌리티 혁신의 주인공이 될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인큐베이터로서 역할을 하도록 지속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어명소 국토교통부 제2차관과 미래혁신센터 입주 기업들이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국토교통부)
화성(경기)=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