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을 외교참사로 규정한 민주당과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자막을 입혀 첫 보도한 MBC 비난에 집중했다. 이준석 대표가 '윤핵관 호소인'으로 규정할 만큼 친윤 성향이 강해, 윤 대통령 엄호에 적극적 모습을 보였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을 향해 "정상외교에 나선 대통령을 향해 마구잡이식 흠집내기를 넘어 저주와 증오를 퍼붓고 있다"고 비난했다. 해당 발언을 첫 보도한 MBC를 겨냥해서는 "누구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언론이 정파의 앞잡이가 돼, 가짜뉴스로 대통령을 흠집 내고 국익을 훼손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며 "대통령은 치열한 외교 전쟁터에서 나라의 미래를 걸고 분투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도 아닌 우리나라 언론사가 매국적 국기문란 보도를 자행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언론의 기본윤리와 애국심마저 내팽개친 망국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이라도 MBC는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며 "대통령 발언에 없는 '미국'을 괄호까지 넣어 추가하고, 아무리 들어도 찾을 길 없는 '바이든'을 자막으로 넣은 경위를 명명백백히 밝히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책임자를 찾아 엄중히 처벌하고,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언론 윤리를 새롭게 세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정치적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물론, 국민적 심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윤 대통령은 순방 이후 첫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한 지난 26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사실과 다른 보도로서 동맹을 훼손한다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뒤 "나머지 얘기들은 먼저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대통령실 해명대로라면 미국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지칭한 "이 XX들"에 대해서는 사과나 유감 표명이 없었다.
같은 날 국민의힘은 당내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과 MBC를 항의 방문했다. 대통령실도 MBC 때리기에 적극 가세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윤 대통령 발언 다음날인 27일 MBC 라디오와 인터뷰를 갖고 "확인도 없이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마치 국제사회에서 동맹국을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기정사실화돼 자막화되고 그것이 무한 반복됐다. 이것이 문제"라며 MBC를 성토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각종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인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민주당 의원 여러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대장동 사건, 백현동 사건, 성남 FC, 변호사비 대납, 애당초 우리 당에서 처음 내놓은 사건은 하나도 없다"며 "모두가 민주당의 당내 경선 과정에서 제기됐던 문제들이고, 거대한 권력 카르텔에 의해 벌어진 사건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는)돈 한 푼 받지 않았다며, 사법 당국의 수사가 억울하다고 한다. 그러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돈 받아서 감옥에 보냈느냐. 돈 한 푼 받지 않고도 1737일 동안 옥고를 치렀다"며 "전직 대통령도 잘못이 있으면 감옥에 보내는 것이 지엄한 대한민국의 법인데, 도대체 누가 예외가 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대로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당론으로 밀어붙인 것에 대해서는 강한 비판과 함께 김건희 여사를 엄호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민생을 살피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에, 스토킹 수준으로 대통령 영부인 뒤를 캐고 이재명 대표의 사법 절차를 방탄하는 데만 169석 야당의 힘을 몽땅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서는 "'혼밥외교'에 순방 기자단 폭행까지 당했던 지난 정부의 외교참사는 까맣게 잊고, 터무니없는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까지 내놓았다"며 "나라의 미래는 아랑곳하지 않는, 제3세계 국가들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무책임한 국익 자해 행위"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앞서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민주당의 박진 장관 해임건의안 본회의 강행을 강하게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희망의 정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하루도 안돼 분열과 갈등 상황이 됐다. 이 대표는 전 국민 앞에서 앞뒤가 다른 말을 한 것"이라며 "(민주당은)지금이라도 이성을 되찾길 바란다"고 했다. 또 김진표 국회의장을 향해 "여야를 모두 대표하는 의장이 돼야 한다"며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임건의안을 일방적으로 상정한다면 우리 당은 강한 반대와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규탄해 나가겠다"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박진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고,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국익을 위해 전 세계로 동분서주하는 분"이라며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국민께서 분명하게 아실 것"이라고 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와 함께 정기국회 기간 민생법안을 협의할 '여야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다만 "민주당이 추진 중인 소위 7대 추진 민생법안 내용을 보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과 맞지 않는 포퓰리즘 법안들이 대부분이어서 참으로 안타깝다"며 "특히 '노란봉투법'은 한시가 급한 노동시장 개혁에 역행하는 '불법파업 조장법'이며,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또한 쌀 공급과잉을 오히려 심화하고 미래 농업 발전을 저해하는 '농업 고사 법안'"이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