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거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1일(현지시간) 타스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국영 방송 '로시야-1'과 인터뷰에서 다음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릴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푸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우리는 대화를 거부하지 않는다"라며 "제안이 있다면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라브로프 장관은 최근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관이 러시아가 미국의 대화를 거부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떤 진지한 접촉 제안도 받은 적이 없으며 이는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튀르키예(터키)가 서방과 평화회담을 주선하겠다고 한 데 대해선 "결과가 있을지 미리 말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어떤 제안이든 들을 뜻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 정상회담을 예고하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이번 주 카자흐스탄 방문을 통해 푸틴 대통령에게 제안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협상의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계획 및 무기 배치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무엇이든 자신들 뜻대로 해도 되는 테러국가가 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핵전쟁 위협을 두고 언급한 '아마겟돈'(성경에서 묘사된 인류 최후의 전쟁) 표현을 겨냥한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미국과 그들의 위성국가, 그리고 그들의 전문가 및 정치인들도 공개 발언을 할 때는 최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일 민주당 상원 선거위원회 리셉션 행사에서 러시아의 핵 위협을 두고 "우리는 쿠바 미사일 이래 아마겟돈이 일어날 가능성에 직면한 적이 없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핵은 러시아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공격을 막거나 보복 수단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러시아 대통령은 여러 차례 밝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어떤 종류의 생화학 또는 핵무기 사용을 한다면 심각한 결과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아울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G7 화상 정상회의에서 방어시스템 지원을 요청했으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첨단 방공시스템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