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다국적 제약사인 알보젠, 아스트라제네카가 국내에서 항암제의 복제약을 생산하지 않기로 짬짜미해오다 공정당국에 적발됐다. 의약품 시장에 복제약이 많이 나올수록 오리지널 의약품을 비롯한 약값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항암제 의약품 시장에 복제약 출시를 차단하면서 환자와 건강보험 재정 부담만 가중시킨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립선암, 유방암 등 치료에 사용하는 항암제 출시 관련 담합을 한 알보젠과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26억4500만원(잠정)을 부과한다고 13일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 내역을 보면, 알보젠은 14억9900만원, 아스트라제네카 11억4600만원이다.
공정위 조사 내용을 보면, 알보젠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오리지널 항암제 졸라덱스·아리미덱스·카소덱스에 대한 국내 독점유통권을 받는 대가로 복제약 생산·출시를 하지 않기로 했다. 알보젠은 당초 항암제의 복제약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계약으로 출시 시점을 계약 만료 이후로 미루기도 했다.
두 제약사의 담합 계약기간은 2016년 10월부터 2020년 12월까지다. 다만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면서 계약은 만료일 전인 2018년 1월 12일에 파기됐다. 이번 담합으로 두 제약사가 벌어들인 관련 매출액은 8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항암제 3개에 대한 복제약 출시 관련 담합을 한 알보젠과 아스트라제네카에 과징금 26억원을 부과한다고 13일 밝혔다. (출처=공정거래위원회)
의약품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이와 동등한 효과를 입증한 복제약(제네릭)으로 구분한다. 의약품 시장은 오리지널 출시 후 복제약이 나올수록 전반적인 약값이 떨어지는 구조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의약품의 경우 복제약이 처음 출시되면 오리지널 약가는 기존의 70%, 복제약가는 기존 오리지널 약가의 59.5%로 책정된다. 세번째 복제약이 출시되면 오리지널과 복제약가는 기존 약가의 53.55%로 정해진다.
복제약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출시 시 오리지널 제약사의 관련 시장 점유율은 하락한다. 이 때문에 오리지널 제약사는 복제약 출시를 위협이라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 사건 담합으로 복제약의 출시가 금지돼 약가가 인하될 가능성이 차단됐고, 복제약 연구·개발 유인도 감소시켜 제약시장의 혁신도 저해했다"고 말했다.
과징금 산정 기준에 대해서는 "알보젠이 복제약을 출시한 게 아니라 연구개발을 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아스트라제네카가 현실 경쟁자가 아닌 잠재적 경쟁자를 배제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했다"며 "아울러 두 제약사가 합의(계약)를 조기에 종료하고 조사에 적극 협조한 점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위는 국민생활에 직접적 폐해를 가져오는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세종=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