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성남 기자] 국내 최초 디지털 폰트 제작 회사로 코스닥 시장 상장에 나서는 산돌이 부진한 기관 수요 예측 결과에도 공모가를 최상단으로 결정하고 일반청약에 나서면서 최종 청약 성적표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모가 상단을 뚫고 일반청약 수요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돌은 지난 12~13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에서 462.19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전체 공모 물량의 71%인 105만7900주 모집에 총 626개 기관이 참가했다. 상장 주관사인 KB증권은 수요 예측에 참가한 기관 중 96.3%가 희망 공모가 밴드(1만6000~1만8800원)의 최상단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산돌 관계자는 "수요 예측에 참여한 기관 대부분이 상단 보다 높은 가격을 써냈기 때문에 밴드 상단으로 공모가를 결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모가는 최상단을 써냈지만, 절대적인 수요 예측 경쟁률을 보면 일반청약 흥행에 대해선 의문 부호가 달린다. 앞서 일반청약을 진행한 핀텔의 경우 559대 1의 기관 경쟁률을 기반으로 8900원의 공모가 최상단을 써냈지만, 일반청약에서는 6.42대 1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에서 공모가를 높게 책정하게 되면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청약 결과는 보수적으로 추정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돌에 대한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성장률과 수익성이 개선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IPO 과정에서 가산점을 줄 만한 수급적인 악재는 도사리고 있어서다.
산돌은 2014년 국내 최초 클라우드 방식의 폰트 스트리밍 서비스 '산돌구름'을 론칭한 이후 2018년에는 개방형 폰트 플랫폼 서비스로 비즈니스를 확대해 국내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폰트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산돌구름 이용자들은 월 일정 요금을 내면 따로 폰트 파일을 설치하지 않고도 어느 환경에서든 로그인만 하면 사용하던 폰트를 사용할 수 있다. 플랫폼을 통해 산돌 외에도 업계 3위 업체를 포함한 27개사가 폰트를 공급하고 있다. 산돌구름의 누적 회원 수는 지난 8월 기준 100만명을 돌파했으며 7월에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170만명을 넘어선 상태다. 기업간거래(B2B) 비중도 꾸준히 줄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진 플랫폼 매출이 70%를 차지한다.
2019~2021년까지 산돌의 매출은 72억원에서 120억2000만원 가량으로 연평균 성장률은 32.8%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까지 112억7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해 실적에 육박하는 매출을 거둬들이고 있다. 영업이익도 2019년 16억4700만원에서 작년 47억9300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64억4800만원으로 영업이익률이 57.2%로 급등했다.
다만 공모가 상단 결정에도 수요 예측에 참여한 기관 의무보유 확약 비중이 10.4%에 그치는 점은 상장 초반 수급적 불안 요소로 꼽힌다. 상장 후 유통가능물량은 전체 주식수의 25.8% 수준이다.
한편 산돌은 이날까지 149만주(공모가 1만8800원 기준·모집금액 280억원)에 대해 일반청약을 진행하고, 오는 2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공모 후 산돌 지분구성. 산돌 IR북 화면 갈무리
최성남 기자 drks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