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가 KTX, SRT 등 공공철도 내 폭언·폭행에 대한 대응을 강화한다. 특히 승무원이 폭행범을 직접 제지·격리할 수 있고 철도경찰의 고무탄총 사용을 허용한다.
피해자 합의와 관계없이 처벌이 가능한 규정도 신설한다. 현행 최고 2년의 처벌수위도 최고 3년으로 높일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19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열차 내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최근 KTX에서 일어난 폭행사건 등 철도범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지난 8월14일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KTX 열차 안에서 한 승객은 열차 내 아이 2명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자리에서 일어나 욕을 했다. 이 과정서 해당 남성은 한 여성 승객이 '그만 하라'고 말리자 좌석 위로 뛰어 올라가 발로 차기까지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연간 1040건이었던 철도범죄는 지난해 기준 2136건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 중 성폭력·폭력범죄는 전체의 약 60%에 달하나 열차 내 초동대응이 역부족인 측면은 지적사항이었다.
이에 국토부는 관련 전문가 및 현장 승무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승무원의 초동대처가 강화된다. 열차 내 폭언·폭행 등 난동에 대해서는 승무원 등 철도종사자가 제지, 격리 및 퇴거 등 적극 대처할 수 있도록 철도안전법을 개정한다.
승무원이 제지할 수 있는 열차 내 금지행위에 '폭행'을 포함하는 안이다. 즉, 사건 발생 때 승무원이 폭행·폭언·고성방가 등 소란행위에 대해 직접 제지할 수 있다. 유사시에는 정차역에서 열차 밖으로 하차시켜 철도경찰에게 인계하는 식이다.
철도범죄 대응이 지연되지 않도록 손쉬운 신고체계도 구축한다. 코레일톡 승차권 앱에 '신고버튼'을 만들어 누구나 신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행 코레일은 지난달부터 해당 서비스를 시행 중이며 SR은 이달말부터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열차 내 폭행은 다른 공공교통수단인 항공기에 비해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에 따라 처벌 수위도 대폭 강화한다. 현행 최고 징역 2년의 처벌 수위는 3년으로 강화하고 합의 때 처벌이 불가하던 것을 합의 상관없이 처벌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신설할 방침이다.
범죄인지체계도 개선한다. 이에 따라 이달 말까지 승무원에게 바디캠(Body-Cam) 등 전용 녹화장비를 지급해 실시간 증거수집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또 지난 9월 기준 35%에 불과한 열차 내 폐쇄회로(CC)TV 설치율도 높인다. 고속열차·전동차는 2022년까지, 일반열차는 2023년 상반기까지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아울러 방범용 CCTV가 없는 장소에서의 범인추적을 위해 시설운영용 CCTV의 신속한 영상판독 체계도 구축한다.
철도경찰에게 고무탄총을 지급해 현장대응력도 높인다. 현행 철도경찰이 사용 중인 테이저건, 가스분사기는 제압효과나 정확성면에서 혼잡한 역사·객차 내에 사용이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단, 고무탄총 사용에 있어 구체적인 사용기준과 방법 등을 마련하고 6개월 이상 시범운영 후 정식 도입할 계획이다.
정채교 국토부 철도안전정책관은 "이번 대책은 더욱 신속하고 효율적인 열차 내 질서유지 및 범죄대응체계 구축에 중점을 두고 대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승무원 철도경찰관 등 현장 이해관계자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했다"며 "과제별 추진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코레일, SR, 철도경찰대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철도 내 범죄에 대해 피해자 합의와 관계없이 처벌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열차 내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은 KTX 열차 내부 모습.(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