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엑스레이(X-ray) 방사선 피폭에 민감한 의사들을 보며 피폭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무모하게 시작했지만 결국 무모함이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촬영자와 환자 모두 안전하고 편리하게 촬영할 수 있는 휴대용 엑스레이 제품을 만들다보니 4세대 모델까지 기술 개발이 끝났습니다."
오준호 오톰 대표가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북구 소재 오톰 본사에서 휴대용 엑스레이 고압박스 부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북구 오톰 본사에서 만난 오준호 오톰 대표는 2011년 창업 당시 계기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조선대학교 치과대학에서 교직원으로 근무했던 오 대표는 의사들의 피폭 공포를 사업아이템으로 소화해 방사선 양이 적은 저선량 제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오톰에 따르면 일반 엑스레이 흉부 촬영 기준 평균 방사선 발생량에 비해 오톰의 제품은 방사선 발생량이 95% 이상 적다. 특히 촬영자의 경우 피폭량이 거의 없는 '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오톰의 엑스레이 제품은 230개의 의료기관에서 사용 중이다. 300병상 이상의 3급병원 이상 등급 의료기관 12군데서 이용하고 있다. 휴대용으로 들고 다니며 촬영할 수도 있어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도서산간 지역 거주자, 기저질환자, 이동이 어려운 환자들이 자신이 거주한 곳에서 쉽게 엑스레이 촬영을 할 수 있다. 차폐실 설치가 어려운 수술실에서도 수술 과정에서 필요한 영상을 즉각 촬영하는 데 쓰이고 있다.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북구 소재 오톰 본사에서 휴대용 엑스레이 제품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오톰은 올해 5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신기술(NET) 인증을, 9월에는 신제품(NEP) 인증까지 획득했다. 외부 조언이나 컨설팅도 받지 않고 오직 자사의 기술력으로 까다로운 인증을 두 개나 단 번에 얻었다. NET 인증을 받은 신기술은 피부표면 온도와 산소포화도 측정이 가능한 통합 포터블 엑스레이기기 기술로, 원격진료를 가능하게 한다. 해당 기술을 활용한 제품은 내년에 '누카'라는 모델명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NEP 인증을 받은 제품은 고주파 인버터 기술이 적용된 저선량 휴대용 엑스선 의료용 진단기 '마인 올뉴'로, 현재도 납품되고 있다. 일정거리 미만일 때 조사를 제한하고 이미지 식별을 통해 촬영 시도를 최소화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지난 17일 방문한 오톰 공장에는 그동안 개발됐던 1세대~3세대 모델들이 열을 맞춰 진열돼 있었다. 얼핏 보면 대형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닮은 모습이었다. 이들 엑스레이 기기는 세대가 거듭될수록 디자인도 변화됐지만 특히 기능이 크게 개선됐다. 현재 납품되는 '마인 올뉴'는 에너지를 크게 높여 투과율이 전 모델 대비 1.5배나 높아졌다. 그만큼 엑스레이를 촬영 시 정확한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내년에는 체온분포와 산소포화도까지 측정하는 기능을 탑재해 한 번의 촬영으로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게 된다.
오톰의 휴대용 엑스레이 1세대~3세대 제품 모습. (사진=변소인 기자)
오 대표는 엑스레이 기기의 핵심 부품인 고압박스를 설명하면서 자부심을 감추지 못했다. 오톰은 반도체 튜브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어 신제품 개발에 훨씬 더 유리하다고 한다. 추후 오 대표는 1500평형 규모의 제2 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착공을 시작해 내년쯤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설비를 자동화해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오톰은 의료용 실시간 컴퓨터단층촬영(CT) 제품을 개발해 라인업을 다각화한다는 계획이다. CT를 찍기 위해 커다란 기기에 환자가 들어가서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오톰의 저선량 엑스레이 기기가 움직이며 뇌, 구강, 목, 폐 등을 빠르게 촬영하는 기술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엑스레이 단층 영상을 3D 영상으로 재구성해서 CT 촬영본처럼 판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오톰의 구상이다. 특히 오톰이 보유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AI가 영상을 진단해 의사 판독 실수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북구 소재 오톰 공장에 휴대용 엑스레이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오톰은 내년 기업공개(IPO)에 나서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올해 매출은 30억원으로 전망되지만 내년에는 올해 3배 이상인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오 대표는 "코로나19로 일손 부족에 시달리면서 지난해 발주받은 것을 이제야 납품하는 수준"이라며 "이것들이 채워지고 생산이 안정화되면 내년 매출은 크게 뛸 것"이라고 말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