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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조 규모 수상한 외환거래… 서울중앙·대구지검 ‘두 갈래’ 수사
코인, 은행·선물 등 거쳐 조단위 자금 중국 등으로 송금
입력 : 2022-10-2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국내 시중은행과 선물회사 등을 거쳐 해외로 송금된 이상 외화거래 규모가 17조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의 현장조사가 막바지 단계에 다다른 가운데 이 과정에서 발견된 외국환거래법 등 위반사항들은 검찰로 이첩될 예정이다.
 
조사·수사 범위가 은행권에 이어 증권사, 선물회사 등 비은행권까지 확대되면서 적발되는 외화 이상거래 정황 규모는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부장 나욱진)가 우리·신한은행을 통한 10조원대 이상 외화거래 의혹 사건을,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부장 이일규)는 NH선물을 통한 7조원대 이상 외화거래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다.
 
금감원은 외화 관련 파생금융상품 거래를 중개하는 NH선물에서 거액의 외화송금 거래 발생 정황을 인지하고 지난달부터 현장검사에 돌입했다. 현장점검 과정에서 이상 외화 송금 흐름을 포착, NH선물에 개설된 외국인 전용 계정이 해외 송금 창구로 활용된 정황 등을 파악해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
 
NH선물 위탁계좌를 개설한 법인은 중국 국적의 대표가 있는 외국인투자법인이다. 이 법인은 2019년 8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약 50억4000만달러(약 7조2500억원)를 해외로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검찰청은 최근 이 사건을 대구지검에 배당했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본점과 지점 등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을 통한 수조원 자금이 중국 등으로 흘러 들어간 내역을 살펴보고 있다. 먼저 세관이 금감원 의뢰를 받아 1차 수사를 진행한 뒤 검찰이 세관을 수사 지휘하며 이상 송금 계좌를 분석하는 등 양 기관 공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이상 거래 현상은 우리은행, 신한은행, NH선물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별 이상 외화송금 규모는 신한은행 23억6000만달러(약 3조3900억원), 우리은행 16억2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 하나은행 10억8000만달러(약 1조5500억원), KB국민은행 7억5000만달러(약 1조800억원), 농협은행 6억4000만달러(약 9200억원) 등 총 72억2000만달러(약 10조3900억원)이다.
 
 
(위)신한·우리은행 등 통한 이상 외화거래 구조도, (아래)NH선물 통한 이상 외화거래 구조도. (그래픽=뉴스토마토/출처=금융감독원)
 
하나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등에서도 수천억~조단위 규모의 이상 해외송금 정황이 발견되며 검찰 수사 범위는 은행권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조원에 달하는 수상한 외환송금 거래 의혹은 지난 6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금감원에 자진 보고하며 불거졌다. 금융당국 조사 차원에서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 사정국면으로 접어든 상황이다. 국정원도 해외자금 수신처를 추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뿐 아니라 국정원이 움직이면서 일각에서는 대북송금설, 비자금 세탁설까지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자금 대부분이 중국이나 홍콩 등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경우 1차 자금 처리 경위는 은행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그 자금이 2차·3차로 어떻게 넘어갔는지는 은행뿐 아니라 검찰에서도 확인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이 직접 이 사건 자체조사에 나선 배경으로 분석된다.
 
그는 “국정원이 해외정보망을 활용해 첩보를 수집해 자금 수신자들 신원을 파악하면 이를 통해 검찰이 해외로 넘어간 2차·3차 송금처를 규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 “(대북송금설이 나온 것은) 아무래도 자금 대부분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다 보니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에게 “불법이라고 의심되는 외화 송금이 17조원 가량 나왔다”면서 “문재인 정부 동안에 불법외화 송금, 가상자산 관련 자금 흐름에 대한 일체 조사 자체 없이 방치된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러 의혹 중 ‘김치프리미엄’을 노린 조직적 환치기(불법 외환거래) 세력의 범행 가능성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검찰과 세관당국은 이른바 ‘김치프리미엄’을 노린 중국 등과 연계된 조직적 환치기 세력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량의 가상자산을 투매하고 그 이익금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해외로 빼돌리는 식으로 차익거래를 노린 범행으로 의심하고 있다.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 환치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만일 일부 자금이 테러국으로 지정된 북한으로 흘러간 사실이 밝혀진다면 해당 은행들은 지점장 등 일부 직원 개인 일탈이나 국내 금융당국 제재 정도가 아닌 미국으로부터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단체까지 미국 내 파트너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경우 국내 은행은 수천억대 과징금을 물어야 하고, 미국 금융망 접근까지 차단될 수 있다.
 
미국은 허위거래를 통한 자금세탁 범행 적발 시 외환사범뿐 아니라 연루된 법인에도 수천억~조 단위 벌금 부과를 마다하지 않는다. 실제 기업은행은 2020년 한 무역업체의 ‘대이란 제재 위반 사건’에 연루돼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미 사법당국에 1000억원대(8600만 달러) 벌금을 물었다. 
 
그만큼 국내 은행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은행들은 송금 중개 업무를 할 때 무역업체들 면면이나 거래 경위 등까지 일일이 파악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억울하단 입장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대부분의 케이스들을 살펴보면 인보이스(무역거래송장)만 있으면 해외송금이 가능한 구조, 즉 ‘사전송금’ 방식 구조가 대부분”이라며 “‘사전송금’ 방식은 계약서만 가지고 송금이 가능한 형태라서 은행원이 해당 거래 업체가 실제로 해외에 있는지 여부까지 확인을 못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치기 세력이 표면상) 서류 형태를 갖춘 가짜 계약서를 만들면, 그 계약서의 계좌주가 인보이스상 서명한 업체명과 맞으면 송금이 가능해진다”며 “(환치기 세력들은) 이런 빈틈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상 무역거래는 돈부터 먼저 거래되고 물건이 오가는 것이지, 물건부터 받고 송금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이번 사안으로 은행마다 대책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기서도 허점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법조계 등은 이상 외환거래 규모가 20조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야기한 금융권에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강수영 변호사(법무법인 맑은뜻)는 “이 사건의 경우 지난번 검찰이 기소한 건(대구지검에서 이달 초 우리은행을 통해 9000억 규모 외화를 중국·홍콩·일본 등 해외로 빼돌린 외환사범들 9명을 기소한 사례)이 처음이라 아직 처벌례는 없다”면서 “외환사범에 대해서는 외국환거래법 위반죄 뿐 아니라 은행을 속여 업무를 방해했으므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도 성립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해당 은행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어려울 것”이라며 “문제가 된 지점 외환거래 부분 영업정지 정도의 제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좌)서울중앙지검, (우)대구지검.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박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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