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강남구 신사하우스에 열린 업사이클링 기반 패션 브랜드 래코드 10주년 기념 전시 현장.(사진=최유라 기자)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지구의 아픔 이미 잘 알면서도, 진심으로 걱정하면서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미래가 당신에게 묻습니다."
21일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서울 강남구 신사하우스에 연 'Re;collective: 25 guest rooms' 전시. 총 25개 방 중 '미래를 위한 메시지 방'에 들어서니 배우 류준열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왔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과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전시는 코오롱FnC의 업사이클링 기반 패션 브랜드 래코드가 론칭 10년을 맞아 지속가능 패션에 대한 연대를 강화하는 취지에서 마련한 것이다. 총 25개 방 중 래코드 존은 14개방으로 꾸며 지난 10년의 역사를 담았고 11개방의 프렌즈 존은 다양한 디자이너, 브랜드, 아티스트가 3년 이상 된 옷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로 꾸며졌다.
한경애 코오롱FnC CSO 전무는 "래코드가 지난 10년간 재고 업사이클링 솔루션에 집중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패션은 프렌즈와 함께 패션이 더 이상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지려 한다"며 "래콜렉티브라는 이름으로 '가치있는 같이'를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래코드 10주년 기념 전시 현장(사진=최유라 기자)
우선 전시장 건물에 부착된 포스터부터 눈길을 끌었다. 이번 전시 포스터의 디자인은 2019년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그레타 툰베리가 환경 문제의 긴박함을 "우리들의 집에 불이 났어요"라고 한 연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불 대신 풀이 자라는 집과 지구의 모습으로, 시각적인 경각심과 함께 연대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3층 건물 2개동을 오르내리며 둘러봐야 했지만 볼거리가 다양했기에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각 방마다 담긴 의미와 개성이 뚜렷했다. 기억에 남은 방을 몇개 소개해 보자면, 프렌즈 존의 우한나. 이곳에는 폐원단 가방들이 걸려 있었다. 버려지는 자투리 천들로 몸 속 장기를 형상화해 관람객이 직접 몸에 걸쳐볼 수 있도록 한 점이 새로웠다.
노동착취, 지구 온난화 등 여러 이슈와 연관된 구스 다운 재킷을 활용한 작품도 있었다. 연진영 작가는 코오롱스포츠의 구스 다운 재킷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재조합해, 가재를 형상화했다. 폐기된 학교 의자를 새로운 형태의 의자와 테이블로 만든 방, 자투리 천으로 만든 보자기, 코끼리 신발, 자연을 재현한 방 등 다양한 협력으로 작품이 굉장히 풍성했다.
래코드 10주년 기념 전시 현장(사진=최유라 기자)
래코드는 존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축적한 래코드의 역사를 소개하고, 브랜드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방들이었다. 이 중 에어백으로 꾸민 방이 기억에 남았다. 래코드는 브랜드 론칭 초기부터 산업용 소재인 에어백에 주목해왔다. 이에 코오롱인더스토리 에어백 사업팀을 통해 에어백 원단을 수급 받아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날 진시에서는 김지용 디자이너가 래코드와의 협업 상품을 직접 소개해주기도 했다. 디자이너 김지용의 지용킴은 원단을 마네킹에 입히고 자연 속에서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자연스럽게 생긴 패턴과 컬러를 사용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김지용 디자이너는 "옷은 햇볕에 노출될 경우 쉽게 탈색되는데 그러면 가치 없는 상품으로 치부된다"며 "저는 가치 없는 것도 또 다른 가치로, 새로운 미학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당시 학생이었던 제게 래코드와의 협업은 뜻깊은 작업이었다"며 "지속 가능성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