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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인 3인 "여성기업 '희망' 봤다…육아기관 지원 절실"
"여성 특유의 세심함·다정함, 직원 관리·기업경영에 큰 도움"
입력 : 2022-10-26 오전 6:00:17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지난 21일 서울 역삼동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에서 이정한 회장을 비롯해 지난 달 미국 뉴욕서 개최된 중소벤처기업부의 '한미 스타트업 서밋' 행사에 참여한 여성경제인들을 만났다. 이들은 세계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의 현장에서 한국 여성기업의 희망을 발견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한국과 미국 여성경제인이 한데 모여 협력을 약속한 '한미 여성기업 컨퍼런스'를 통해 양국 여성기업 간 교류와 상호진출을 위한 협력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 여성기업의 해외 진출 기회가 열렸다고 진단했다. 
 
주변 상황으로 어쩔 수 없이 생업전선에 뛰어들었거나, 가정주부로 살다 사회로 다시 진출한 이들이 많았던 50~60대 여성경제인들은 한미스타트업에 대해 "배울 것이 많은 행사였다"고 회고했다. 행사에 참여했던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은 뉴욕에서 열린 '한미 여성기업인컨퍼런스'에서 '사회생활을 하며 남성과 여성 간 큰 차별을 느껴보지 못했다'고 밝힌 황경민 VPIX메디칼 대표의 말에 "우리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여성이기 때문에 나약하고, 또 주위로부터 도움 받아야 한다는 편견 없이 여성이 주체로서 사회를 리드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얻게 됐다"며 "바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VPIX는 지난 2019년 여성경제인협회가 주최한 여성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기업이다. 
 
인산염과 친환경 제설제를 만드는 해천케미칼의 변화순 대표(여경협 이사)는 한미 스타트업 서밋 참여를 통해 "뿌리산업 종사자로서 MZ세대들의 스타트업을 보고, 내가 몸 담은 기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변 대표는 특히 대학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헬스케어 정보기술(IT)기업 코그노상트를 창업한 미셸 강 대표의 강연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변 대표는 "대학교 때 부모님으로부터 결혼자금을 미리 받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사업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는 미래여성인재 육성 사업을 통해 연을 맺은 여고생들과 예비 여성창업자들에게 미셸 강 같은 성공한 여성 CEO의 모습을 널리 알리며 도전의식을 심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1일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사옥에서 (왼쪽부터) 변화순 여경협 이사, 이정한 여경협회장, 신영이 여경협 경기북부지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여경협)
 
미래의 여성인재를 육성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당장 여성들의 사회 참여 및 기업경영을 저해하는 요소에 대해 묻자 이들은 주저없이 '육아'를 꼽았다. 이 회장은 "사회적 차별은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었다. 남자들의 세계에서도 끝까지 살아남았다"면서 "하지만 아이 앞에서는 무너지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이 밀집된 곳에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맡길 수 있는 보육기관을 촘촘히 설계한다면 수많은 여성이 사회로 나와 경제활동에 종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인해 인력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같은 육아시스템이 정비되면 중소기업의 인력난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다. 제과 및 제빵업 기업 디엔비를 운영하고 있는 신영이 대표(여경협 경기북부지회장)는 사회생활과 가정육아를 병행하며 겪었던 고충과 어려움을 '말로 다 할 수 없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신 대표는 "어린 아이들을 제때 케어해주지 못했던 아픔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는 직장 어린이집이 필수적으로 설치돼 있지만 중소기업은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면서 "출산율 높이는 데 열중할 것이 아니라 직장여성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성' 기업인으로서 강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변 대표는 "회사 내에서도 직원들 얼굴만 보면 기분이나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고, 힘든 부분을 서로 위로하고 달랠 수 있었던 것은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자 강점이었다"고 말했다. 이 협회장 역시 "오히려 직원들에게 아낌없이 베풀며 정을 주다 상처를 입은 일도 있었지만 직원들을 마치 '엄마'처럼 품고, 감싸는 것은 '여성'이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사업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일이 잘 안 풀리면 술을 먹고 망가지는 일이 많은데 여성 경영자들이 밤새 고민하고 궁리해 돌파구를 만들어 내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의 깊이만큼 해답을 도출할 수 있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여러 주변 여건을 고려해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 여성기업이 안정적 매출을 달성하는 일이 많다고 이들은 전했다. 
 
다만 최근 급변한 노동환경과 대외적인 변수에 대해 여성경제인들도 긴장하고 있다. 특히 주 52시간제는 중소기업 현장과 맞지 않는 치명적인 규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 회장은 "기술개발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 집중하고 몰입해 수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내야 하는 일이 많은데, 52시간제로 인해 직원들이 퇴근시간만 기다리다 끝나면 가버리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잔업을 많이 해서 소득을 올리고 싶은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주 52시간제는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주말에 일을 시켜달라고 하는데 규제상 시킬 수가 없다. 그러면 이 사람들이 인맥을 동원에 근처 다른 공장에서 주말에 일을 하고 오고, 월요일에 출근해 조는 식"이라고 말했다. 주 52시간제가 전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현장 사정을 고려해 노사가 합의해 나가는 식으로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근로기준법 상에서 규정된 연차제도를 악용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근속 1년이 안되는 직원의 경우 월마다 1개의 연차가 주어지는데, 이 직원이 근속 1년이 되는 순간 새롭게 발생한 15개까지 총 26개의 연차가 발생하게 된다. 바로 이때, 사표를 써 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그만두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변 대표는 변 대표는 "근로기준법을 바탕으로 책정되는 연차제도를 악용해 기업주에 피해를 주는 사례가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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