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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계 "별도 '고등교육재정교부금' 만들어야"
"기존 유·초·중등교육 예산 뺏어오는 방식 안 돼"
입력 : 2022-10-2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고등교육계가 유·초·중등교육 예산으로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일부를 떼어내 대학에 지원해 주는 방식이 아닌 별도의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유·초·중등교육에 쓰일 돈을 빼앗아 올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조성하기 전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5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 방안과 관련해 유·초·중등교육계와 고등교육계 모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 7월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으로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가칭)를 신설하기로 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97%와 유아교육특별회계 전출분을 제외한 교육세로 구성되는데 이 중 교육세 전입금을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기준 3조6000억원 규모다.
 
그러나 유·초·중등교육계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지난 24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 공동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전국적인 범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사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날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열악한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는 유·초·중등교육 예산을 빼 활용하는 임시적인 방편보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신설 등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안을 강구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고등교육계 관계자들도 조 교육감과 같은 생각이다. 교육 관련 예산은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하는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일부를 고등교육 분야로 가져올 경우 기존에 그 돈을 쓰던 유·초·중등교육이 불안정해질 수 있는 만큼 별도의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다.
 
김용석 대학정책학회 학회장은 "대학들의 재정난이 심각한 상황이므로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 지원은 상당히 절실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같은 교육계 안에서 예산을 빼앗는 모양새가 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며 "지금과 같은 방식이면 추후 유·초·중등교육 예산이 부족해졌을 때 다시 고등교육 예산을 가져가지 않겠는가. 이렇게 교육계 내부 갈등을 일으키는 예산이 아닌 별도의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따로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 제17~20대 국회에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신설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총 10건 발의됐으나 모두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그간 국회에 발의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은 대부분 내국세의 8~10%를 고등교육 재정으로 확보하는 게 골자다. 이는 고등교육 재정 지원 규모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인 GDP의 1.0~1.1%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뒀을 때의 비율이다. 이 경우 고등교육에 투입되는 재정이 약 2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자문위원장(동의대 역사인문교양학부 교수)은 별도의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만드는 것보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몇몇 사립대학의 부정과 비리 등 안 좋은 사건들로 인해 국민들이 세금으로 대학을 지원하는 방안에 부정적일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또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이 조성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대학에 지원하는 게 아니라 지역별로 '광역고등교육청'을 신설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등교육계의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신설 요구에 교육부 관계자는 "일단 유·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투자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만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국회에 '고등교육재정교부금' 관련 법안이나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 등 다양한 법안이 발의돼 있는 것으로 안다. 사회적 합의로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추가적인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고등교육계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일부를 대학에 지원하는 방식의 정부 개편안 대신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4일 전국대학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 인근에서 고등교육 재정 확충 등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장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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