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SPC 파리바게뜨 평택공장 SPL 산재사망 사고 원인과 책임소재 규명을 위한 기자회견.(사진=최유라 기자)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SPC그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다. 노동계에서는 사고의 철저한 책임소재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5일 SPL 산재사망사고 대책회의는 국회 본청 223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SPC 측에 산재사망 사고원인 및 책임소재 규명 등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최근 사고가 잇따른 SPC그룹에 대해 안전관리 부실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은주 정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SPL 평택공장에서 여성 청년 노동자가 사망한 지 8일 만에 SPC의 또 다른 계열사에서 근로자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는 우연이 아니라, SPC의 안전관리 능력이 총체적으로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허영인 SPC 회장은 안전관리 강화에 3년간 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약속할 것이 아니라, 지금도 쉼 없이 돌아가는 공장부터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며 "SPC의 눈 가리고 아웅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박정호 민주노총 평택안성지부 의장은 "SPL이 대체 얼마를 더 벌어야 더 이상 근로자가 죽지 않을 수 있는 건가"라며 "SPL은 아르바이트에게 안전교육을 시키지 않으니,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은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산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시스템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은 △2인1조 작업 △교반기 공정 개선 △주야 12시간 맞교대 개선 △내실 있는 1000억 투자 운영과 합동검증위원회 구성 △사고진상조사위원회 구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는 SPL이 안전교육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권영국 해우법률사무소 변호사의 법률 검토 의견서에 따르면 SPL 공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은 '회사는 안전교육 자료도 준비하지 않은 채 매월 1회, 안전교육 서명지에 교육 이수 사인만 하도록 했다'고 진술했다.
SPL이 사고 발생 이후 교반기에 인터록(자동방호장치)을 달았다는 주장도 있다. 권 변호사는 "작업중지 다음날인 10월16일 오전 6시경에 SPL 평택공장에서 사용 중지 명령이 내려진 혼합기 6대에 인터록을 설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교반기는 덮개가 있어 덮개가 열리면 센서(인터록)가 반응해 설비가 자동으로 멈춰야 하지만, SPL 공장 교반기에는 센서가 없고 덮개도 완전히 열린 상태였다"며 "교반기가 저속이면 고속보다 더 위험했음에도 예방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허영인 회장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권 변호사는 "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고용노동부가 직접 SPL은 독립기업이니 허영인 회장까지 조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이는 정부가 나서 기업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SPC그룹은 허영인 회장이 1인 지배체제"라며 "사실상 허 회장이 최고 의사결정권자, 최고경영인으로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