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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구원투수는 게임의 흐름을 바꿔야 한다
입력 : 2022-10-28 오전 6:00:00
야구에서 투수는 중요하다. 선발이 무너지면 빠르게 감독은 구원투수를 등판시킨다. 게임의 흐름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필요해서다. 든든한 구원투수가 있다면 게임의 반전을 가져올 수 있다. 
 
시장의 신뢰가 무너진 채권시장의 구원투수, 채안펀드가 집행됐지만 여전히 규모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등판을 했다면 규모를 키워 빠르게 시장의 안정화를 가져와야 한다. 빠를 수록 좋다. 무너진 채권시장의 신뢰는 쉽게 회복되기 힘들다.
 
금융당국은 25~26일 이틀간 은행, 증권,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 등 업권별 주요 관계자들을 잇따라 불러모아 시장 점검회의를 가졌다.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 사태와 관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금융권 부실 전이를 막기 위한 전방위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앞서 정부와 당국은 지난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통해 채안펀드 20조원,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한국증권금융의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의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 5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당국은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전펀드(채안펀드)의 경우 지난 23일 즉시 투입에 들어갔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때 10조원 규모로 조성된 채안펀드는 코로나 위기 상황(2020년)에서 20조원을 목표로 재조성됐고, 이번에 해당 자금을 집행해 급한 불 끄기에 나선 셈이다. 
 
급한 불은 끌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업계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채권시장의 신뢰가 무너진 만큼 정부와 당국이 규모를 더 키워 무너진 신뢰를 빨리 복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화답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채안펀드의 추가 캐피탈콜(자금 납입 요청) 규모에 대한 질문에 대해 "총량은 20조원으로 얘기했는데 얼마씩 할지는 아직 모른다"며 "20조원 갖고 안 되면 더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은 건 속도다. 당국이 규모의 확대를 시사한 배경엔 중소형 증권사들에 대한 유동성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 PF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중소형 증권사의 자금 경색 우려를 방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부동산 시행업체의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나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을 발행해 신용보강을 하고 이에 대한 이자 수익이나 수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가 무너진 현재 채권시장에선 이같은 PF유동화증권이 팔리지 않게 된다면 신용보강을 했던 증권사들이 직접 매입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나이스신용평가의 집계를 보면 증권사가 신용보강한 PF유동화증권 가운데 당장 이달말까지 6조7013억원이 차환 발행돼야 하며 11월 10조7297억원, 12월 9조7574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PF 관련 ABCP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이 채권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린 불씨가 된 만큼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은 중요하다. 김 위원장도 국감 자리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고개를 숙인 만큼 펀드 규모 확대와 속도전을 기대해 본다. 구원투수는 등판했다면 게임의 흐름을 바꿔야 한다. 감독의 용병술은 그래서 중요하다. 
 
최성남 증권팀장
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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