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덕성여자대학교(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이 학교 측의 시급 인상에 따른 인원 감축 요구와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구체적인 청소 구역 재산정 등 세부 계획이 없는 인원 감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등은 2일 서울 도봉구 쌍문동 덕성여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우리나라는 살인과도 같은 물가 인상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학 측은 재정 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면서 "그간 대화로 문제를 풀기보다는 우리에 대한 비방과 모욕만 일삼더니 사회적 관심이 쏠리자 시급을 인상하는 대신 올해부터 5년간 정년퇴직자 TO를 충원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건 대화 자체를 하지 않으려는 태도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달 4일부터 △시급 400원 인상 △휴게실 개선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며 학교 대학본부 건물 2층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2일부터는 전면 파업을 이어가다가 최근 부분 파업으로 전환했다.
이에 학교 측은 지난달 24일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청소 용역회사와의 면담 자리에서 시급 400원 인상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대학이 정년퇴직자에 대한 인력 충원 계획을 자율적으로 정하고, 청소 면적도 재산정해 필요 인력을 결정하겠다고 제안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역시 '청소 면적이 감소해 필요 인력이 줄어든다면 노동 조건이 악화하지 않는 선에서 협조하겠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보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지난 1일 청소 면적 재산정을 하지 않은 채 일단 2026년까지 정년퇴직하는 인원 12명에 대해 충원하지 않겠다는 방안만 내놨다. 청소노동자들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통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박장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은 "우리도 청소 구역을 줄이면 인원 감축에 협조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청소하지 않는 그 공간을 학생이든 교직원이든 누군가는 청소를 해야 할 텐데 내부적으로 설득이 된 사항인지 의문"이라며 "정확히 어떤 청소 구역에 어느 정도의 인원을 배치하겠다는 내용 등 세부 계획이 없는 인원 감축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학교 측과 청소노동자들의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학생들 의견도 둘로 갈리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을 지지하는 학생과 자신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농성하는 것에 반대하는 학생으로 나뉜 것이다. 이날 덕성여대 정문에는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을 응원하는 대자보와 비판하는 대자보가 나란히 붙어있었다.
농성을 응원하는 대자보의 경우 '청소노동자분들이 파업을 해서 학교가 더러워지니 청소가 얼마나 소중한 노동이었는지 깨달았다. 학교가 정당한 요구를 꼭 들어줬으면 좋겠다', '나도 미래의 노동자이고 근로자인 만큼 이번 농성을 지지한다' 등의 내용이었다.
반면 농성을 비판하는 대자보에는 '학생 임금은 9160원인데 청소노동자 임금은 9390원, 학생을 볼모로 하는 파업 반대한다', '소음 공해, 수업 방해 멈춰', '학생들의 권리인 학습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날 만난 덕성여대 재학생 A씨는 "청소노동자들의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애꿎은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을 명확히 찬성·반대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상당수 학생들은 그냥 얼른 양측이 원만히 합의해 학교가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뉴스토마토는 청소노동자들의 주장에 대한 학교 측의 답변을 듣기 위해 직접 방문과 전화 등의 방식으로 여러 차례 접촉했으나 담당자가 한국대학평가원 대학기관평가인증에 위원으로 참석해 자리에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이 2일 시급 인상을 수용하는 대신 오는 2026년까지 정년퇴직하는 인원 12명에 대한 TO를 충원하지 않겠다고 밝힌 대학 측을 상대로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청소노동자 측이 학교 비판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 장성환 기자)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