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초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딥테크(deep tech) 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5년간 기업당 최대 31억원, 총 2조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3일 서울 용산구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첨단 미래산업 스타트업 육성전략: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 발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10월27일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후속조치다.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를 통해 중기부는 10대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지닌 스타트업 1000개 이상을 선별해 2023년부터 5년간 2조원 이상 민·관 공동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초격차 스타트업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스타트업으로, 이 장관은 취임 당시부터 초격차 스타트업에 대해 강조해왔다. 이 장관은 이날 "대한민국이 지난 20년 동안 벤처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서 많은 정책들을 추진을 했지만 항상 두 가지가 좀 부족했다"며 "첫 번째가 23개 유니콘 기업을 배출했지만 글로벌 유니콘이라는 부분에서 아직 목마르고, 두 번째가 대부분의 벤처들이 기술기업이나 기술에 기반한 기업이기보다는 핵심 기술을 응용한 사업이나 서비스에 집중돼 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되면 핵심 기술 기반의 창업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결국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을 가져갈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라는 것이 중소벤처기업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은 23개로, 이 가운데 기술기반 기업은 3개에 불과하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3일 서울 용산구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신산업 기술기반 스타트업 육성전략인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이 장관은 "우리나라에 있는 연구·개발(R&D) 기반의 모든 인프라와 함께 민간 중심의 핵심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을 향후 5년간 키워주겠다"며 "R&D 비용 지원 규모도 기존에 비해 늘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선 그동안 창업지원 정책이 특정 기술이나 분야에 구분 없이 업력에 따라 보편적으로 지원해온 것과 달리, 국가 경쟁력 확보에 반드시 필요한 10대 분야 스타트업에 집중 지원한다. 창업지원 정책에서 신산업 전반을 검토해 분야를 선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그간 창업 지원 정책의 대상은 업력 7년 미만의 기업이었으나 올해 개정시행된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을 근거로 업력 10년까지 지원대상에 포함한다.
중기부가 선정한 10대 분야는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로봇 △빅데이터·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네트워크 △우주항공·해양 △차세대원전 △양자기술이다.
중기부는 매년 300개사의 스타트업을 발굴해 5년간 1000개사 이상의 유망 스타트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발굴방식은 △공개모집형 △민간·부처 추천형 △민간 투자형 세 가지로 구성된다. 공개모집형은 초격차 분야별 평가단을 구성해 기술력과 성장성을 평가하게 된다. 기술력 평가는 기술 전문성을 가진 주관기관 등이, 성장성 평가는 벤처 캐피털이나 창업기획자와 같은 민간 투자기관이 참여한다.
민간·부처 추천형은 대·중견기업과 신산업 분야별 소관 부처가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하는 스타트업을 추천받아 선발하게 된다. 민간 추천의 대상은 대·중견기업이 실질적인 협업을 목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민간투자형은 민간 투자시장으로부터 성장가능성을 인정받은 기업을 선발하게 된다. 민간이 스타트업에 3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추천하면 추천받은 기업 중에서 사업성과 글로벌 진출 가능성 등을 고려해 선발한다.
먼저 공모형과 추천형은 보유한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사업화로 연결할 수 있도록 선정 후 3년 동안 최대 6억원까지 기술사업화 자금을 지원한다. 최대 2년간 6억원까지 지원하는 R&D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민간투자형은 성장 가능성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선정 후 최대 3년간 15억원의 R&D 자금을 지원한다. 창업사업화와 해외마케팅 비용을 각각 1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민간에서 6800억원, 정부에서 1조3200억원을 투입하게 된다. 기업당 평균 8억원을 지원받으며 스케일업까지 지원받는 경우 최대 31억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유망 신산업 분야에 대한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1100억원 규모의 '초격차 펀드'를 신설한다. 박용순 중기부 창업진흥정책관은 "초격차 펀드의 경우 펀드 규모의 60% 이상은 반드시 투자하는 조건으로 출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자본을 유입할 '글로벌 펀드'는 현재 약 6조3000억원 규모에서 내년 말까지 8조원 수준으로 확대한다.
중기부는 중복지원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하고 있다. 유사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던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복지원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장관은 "단순 자금이 중복지원된다는 차원을 넘어 필요하면 총력을 다해 자원을 모으는 부분을 진행하되 열어놓는 부분도 필요할 것 같다"며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일지 유연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민간 전문가 등을 모시고 의논을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딥테크 기업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딥테크는 글로벌 펀드와 글로벌 시장 타깃을 해서 도전을 했을 때 성공률이 높기 때문에 지금 투자가 전반적으로 움츠러들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기술패권을 잡기 위해 전향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글로벌펀드가 국내 유망 스타텁 투자할 수 있는 레퍼런스를 만들어서 물꼬를 트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이 장관은 "정말 중요한 것은 끝을 볼 때까지 지속가능하게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인수·합병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하고 외국과의 네트워크도 만들어야 한다. 중기부가 했던 모든 정책의 총화가 다 들어가서 유기적으로 도메인 하나가 부상해줘야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