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류미진 서울경찰청 총경 등 6명을 입건했다. 이 가운데에는 최성범 용산소방서장도 포함돼 경찰 부실 대응에 대한 수사가 인명구조에 대한 실책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7일 박 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 류미진 당시 112 상황관리관, 최 서장, 용산서 정보과장과 정보계장 등 6명을 사상자 353명(사망자 156명)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과 류 총경은 직무유기 혐의도 추가로 받고 있다.
6일 오전 서울 경찰청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 현판이 부착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박 구청장은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인파가 대거 밀집될 것과 이로 인해 인명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별다른 사고예방이나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은 결과 인명사상을 발생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관계기관 및 지역상인들과의 안전대책회의를 형식적으로 열고, 사고발생 후에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총경은 현장 상황보고를 늦게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시민들을 죽거나 다체게 한 혐의다. 특수본은 이 총경의 경우 관할서장으로서 현장 대응을 총괄할 임무가 있음에도 뒤늦게 도착한 데다가 조치에도 소홀한 점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류 총경은 사건 당일 112상황을 총괄하고 이를 지휘부에 즉각 보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임무를 태만히 한 혐의다.
최 서장은 사고 발생 4시간쯤 전 경찰의 공동대응 요청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출동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당시 경찰은 112신고 11건 중 2건에 대해 소방에 공동대응을 요청한 바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사전에 위험 요소에 대한 예방 조치를 했는지, 구조 활동을 적절히 했는지 조사"중 이라면서 "핼러윈데이 소방안전대책 문서와 당일 실제 근무 내용 등을 분석해 입건했다"고 설명했다.
용산서 정보과장과 정보계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와 함께 핼러윈을 앞두고 일선 정보관들이 올린 안전사고 우려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직권남용·증거인멸)다. 특수본은 용산서 정보과의 보고서 삭제와 관련해 윗선의 회유가 있었던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특수본은 초기 압수수색 대상에서 배제한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한 강제수사 가능성도 부인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의 법령상 사건 대응도 적법했는지 들여다 볼 예정이다.
특수본은 지난 2일 용산서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서류 매뉴얼 등 현물 611점, 녹취파일 등 전자정보 6521점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관련자 휴대폰 2대도 확보했다. 이날까지 서울경찰청 2명, 용산경찰서 14명, 신고자 및 목격자 138명 등 총 154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