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3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구현모 KT 대표(CEO)가 연임 의사를 공식화하면서
KT(030200)의 차기 대표 선임 절차가 시작됐다. KT 이사회는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심사에 돌입했다.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 전환과 관련해 경영 능력를 눈에 띄는 숫자로써 증명해냈지만, 정치자금법 위반과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사외이사 전원(8명)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된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심사 기준과 심사 절차 등에 대한 논의에 돌입한다. KT 지배구조위원회 운영규정에 따라 현직 대표가 연임 의사를 밝힌 경우 별도의 대표 후보 심사대상자들을 선정하지 않고 연임 여부를 우선 심사할지 결정할 수 있다.
구현모 대표의 경영성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취임 직후 KT의 핵심 역량을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에 접목하는 디지코 전략을 내세우며 탈통신에 나서며 분위기 전환을 이뤘다. 수치적으로 낸 성과도 합격점이다. KT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1조5387억원을 기록했다. 누적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10년 만이다. 늘어난 실적 수치만큼 시장에서의 기업 평가도 높아졌다. 취임 당일인 2020년 3월30일 당시 1만9700원이었던 주가는 이날 3만67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구현모 KT 대표가 MWC2022에서 디지코로 성장을 지속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KT)
다만 국회의원 후원금 쪼개기 지원과 관련해 구현모 대표도 연루돼 있어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남는다. 앞서 구현모 대표를 포함한 KT 전현직 임직원들은 황창규 회장 시절인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적인 정치후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구 대표는 법원으로부터 1500만원의 벌금형 약식 명령을 받았지만 불복해 1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KT 측 변호인은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행위를 처벌하는 정치자금법 자체가 위헌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월 KT에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혐의로 약 630만달러의 과징금과 추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KT는 "구 대표 선임 당시 금고형 이상을 받으면 대표직에 물러나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는데, 벌금형의 결정을 받았기 때문에 사법 리스크는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SEC와도 향후 내부 통제 등을 강화하기로 하고 합의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수의 세력이긴 하나 민주노총 산하의 KT새노조를 비롯, 참여연대·약탈경제반대행동·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구현모 대표의 연임 도전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들은 SEC에 낸 합의금과 관련해 주주들이 손해를 봤다며 구현모 대표와 KT 이사회 전원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14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조치했다. CEO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이슈와도 맞물릴 수 있는 변수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사회가 일사천리로 연임 여부를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KT 관계자는 "이사회 일정이나 방향성 등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