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한국산 전기차가 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되는 내용의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개정을 위해 경제6단체가 공동 대응에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미국 주요 상·하원 의원과 부처 장관 앞으로 IRA가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조항을 포함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이와 관련한 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서한을 송부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 단체는 서한에서 "한국 경제계는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부터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에 이르기까지 양국 경제 협력 확대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왔다"며 "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SK, LG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은 그간 지속적인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올해는 대규모의 투자 계획도 발표해 양국 경협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미국에서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일정 비율 이상의 북미산 배터리 부품을 사용토록 규정하고 있어 국제 무역 규범과 한·미 FTA 규정을 위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따라서 동맹국에서 생산된 전기차까지 차별하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규정은 양국의 협력 강화 기조에 맞지 않는다"며 "미국의 의회와 행정부에서 북미산 전기차와 배터리 부품에 한정한 세액공제 혜택이 미국 동맹국의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차별적 요소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13일(현지 시각)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민주당 라파엘 워녹(Raphael Warnock) 상원의원과 테리 스웰(Terri Sewell) 하원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같이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의 3년간 유예를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한·미 간 더 큰 차원의 협력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차별적인 전기차 세액공제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웰 의원은 지난 4일 북미 최종 조립 규정 시행을 오는 2025년 12월31일까지 유예하고, 특정 광물과 배터리 부품에 대한 규정 시행 일시를 늦출 것을 제안하는 내용의 '미국을 위한 저렴한 전기차 법안(Affordable Electric Vehicles for America Act)'을 발의했다. 워녹 의원도 9월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IRA는 지난 8월1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즉각 시행됐다. 이에 따라 기존에 미국에서 구매하는 모든 전기차에 부여되던 세액공제 혜택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회원국인 북미 3개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적용된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는 재무부 가이던스에 따라 일정 비율 이상의 북미산 배터리 부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서한은 경제6단체 공동명의로 미국 주요 상·하원 10명과 4개 부처 장관에게 송부됐다.
상원에서는 민주당 척 슈머(Chuck Schumer) 의원, 론 와이든(Ron Wyden) 의원, 패트릭 리치(Patrick Leachy) 의원, 공화당 미치 맥코넬(Mitch McConnell) 의원, 마이크 크레이포(Mike Crapo) 의원, 리차드 셀비(Richard Shelby) 의원 등 6명이, 하원에서는 민주당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하원의장, 리차드 닐(Richard Neal) 의원, 공화당 케빈 매카시(Kevin McCarthy) 의원, 케빈 브래디(Kevin Brady) 의원 등 4명이 대상이다.
행정부 주요 인사에는 재닛 옐런(Janet Yellen) 재무장관, 제니퍼 그랜홈(Jennifer Granholm) 에너지장관, 지나 레이몬도(Gina Raimondo) 상무장관,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무역대표부 대표 등 4명이 포함됐다.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제34차 한미재계회의 총회가 한국 측 위원장인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옥타비오 시모에스 미국 측 위원장, 박진 외교부 장관,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전경련은 IRA 발효 후인 지난 9월2일 허창수 회장 명의로 관련 법안에 대한 우려 표명과 함께 해법을 요청하는 서한을 송부했다. 송부 대상은 미국 주요 상·하원과 재무부 등 5개 부처는 물론 한국계 하원의원 4인방과 조지아, 알라바마 등 한국 기업이 대규모 투자한 주의 주지사와 주의회 의원 등 52명이다.
아울러 지난 10월19일과 20일 서울에서 열린 제34차 한미재계회의를 통해 미국 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비차별적 해결책 모색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양국 정부에 건의했다.
무역협회도 IRA 시행과 관련해 우리 무역 업계 의견을 집약하고, 11월4일 구자열 회장의 명의로 의견서를 전달했다. 구 회장은 의견서에서 전기차 세액공제 규정 중 북미 조립 요건과 핵심 광물 요건, 청정 전력 생산과 투자 세액공제 규정 중 자국산 부품 사용 요건 등 3개 분야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