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원자재 가격 상승과 초과수요 등으로 자동차 가격이 치솟는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강점으로 내세운 차량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동급 대비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지니거나 인기 옵션을 모아 구성한 차량들이 판매량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16일 부분변경 모델인 신형 제타 판매를 시작했다.
제타는 가성비 차량 선봉에 서 있다. 7세대 제타는 2020년출시 당시 2000만원 대 수입 세단임을 내세우며 국산 동급 모델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떠올랐다. 2021년형 제타의 경우 편의·안전사양 등의 옵션이 추가됐지만 2600만원대(9% 할인 혜택 적용 시)라는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하며 소비자 진입장벽을 낮췄다.
폭스바겐 신형 제타.(사진=폭스바겐코리아)
이번 신형 제타는 원자재 값 상승 여파로 가격이 3000만원대로 올랐지만 체급을 뛰어넘는 성능과 안전사양, 탄탄한 성능으로 프리미엄 가치를 높였다. 가격은 3232만9000원~3586만3000원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5년·15만km 보증 연장 프로그램과 사고수리 토탈케어 서비스가 기본 제공돼 고객의 총소유비용 부담을 더욱 낮췄다.
폭스바겐 전기차 ID.4도 전기차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는 5490만원에 출시되면 수입 전기차 대중화의 포문을 열었다. 국고 보조금은 651만원으로 지자체 보조금까지 포함하면 4000만원대로 낮아진다. 경쟁력 있는 가격대로 ID.4는 지난 9월 출시 2주 만에 673대를 판매하며 9월 베스트셀링 수입 전기차에 오르기도 했다.
국산차에서는
쌍용차(003620) 토레스가 가장 가성비 있는 차량으로 꼽힌다. 토레스 가격은 2740만원~3020만원이다. 동급 대비 저렴한 가격과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지난 7월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총 1만4188대가 팔렸다. 특히 지난 9월에는 국산 승용차 판매 순위에서 3위, 중형 SUV에선
기아(000270) 쏘렌토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쌍용차 '토레스'.(사진=쌍용차)
기아 스포티지의 경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오르면서 저렴한 유지비가 강점인 액화석유가스(LPG) 모델이 가성비 높은 차량으로 주목 받고 있다. 가격은 2538만원~3284만원이다. 지난 7월 출시 이후 사전계약에서만 4800대를 돌파했다. 그동안 국내에는 LPG SUV모델이 르노코리아의 QM6 1종에 불과했다. 가격대도 비슷해 LPG를 선호하는 고객들이 기존 QM6 대신 신차인 스포티지 LPi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차량에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옵션들로만 구성해 가격을 낮춘 트림을 출시하며 카플레이션 상황에서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현대차(005380)는 지난달 캐스퍼의 신규 트림 '디 에센셜'을 출시했다. 디 에센셜에는 앞좌석 열선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블루링크 등 핵심 편의 및 안전사양들이 대거 포함됐다. 또 최상위 트림에만 적용했던 프로젝션 헤드램프와 후륜 디스크 브레이크 등 고급 사양들도 디 에센셜에 추가했다. 그럼에도 가격은 1690만원으로 책정했다.
현대차 '캐스퍼'.(사진=현대차)
르노코리아 역시 SM6 '필' 트림을 선보였다. 기존 SE와 LE 트림을 통합 대체하는 SM6 필은 2744만원으로 기존 LE와 비교해 가격은 94만원 내려가지만 기본 장착 사양은 LE 트림에서 소비자들이 선호했던 기능들이 대부분 반영됐다.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 SM6는 전년 동기 대비 38.5% 증가한 475대로 6개월 연속 판매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중 SM6 필이 전체 SM6 판매의 62.3%를 차지했다.
업계에선 고금리 고물가 영향으로 가성비 높은 차량에 대한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도 자동차 가격 인상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완성차 기업은 판매량 감소에 따른 재무적 부담을 덜기 위해 연식변경과 함께 차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며 "특히 전기차는 배터리 소재 원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가격의 급격한 인하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