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외동이라 잘 모르지만 어릴 적 형제가 있는 친구 집에 놀러 가면 물건이 2개씩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둘 중 한 사람에게만 물건을 사주면 다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색이 다른 똑같은 물건 2개가 있었는데 꼭 형제 2명 다 한 가지 색 물건을 좋아해 결국 싸움이 벌어지고는 했다. 물건의 색만 달라도 이렇게 갈등이 생기는데 형의 물건이나 돈을 빼앗아 동생에게 주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생기면 말할 필요도 없이 무조건 다툼이 생기기 일쑤였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동생의 돈을 빼앗아 형에게 주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됐다. 교육부와 기획재정부는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총 11조2000억 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재원에는 기존 유·초·중·고교 교육에만 사용되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교육세 3조원과 일반회계 전입금 2000억 원이 포함됐다. 유·초·중·고교 교육에 쓰이던 돈 3조2000억 원을 떼어내 대학과 평생교육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동생(유·초·중등교육)이 돈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 형(고등교육)에게 좀 나눠주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당연히 돈을 빼앗기는 동생 쪽은 크게 반발한다. 유·초·중등교육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구성하고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과밀학급 해소와 교육환경 개선 등 유·초·중등교육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생이 돈을 많이 가지고 있긴 하지만 다 쓸 데가 있다는 뜻이다. 공대위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서명 운동을 벌여 지난 15일 기준 10만788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동생 돈을 빼앗는 상황이 된 형도 마음이 편치 않다. 괜히 집안에 분란만 일으킨 것 같아 영 불편한 듯 보인다. 형은 부모(정부)에게 동생 돈 빼앗지 말고 따로 돈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교육 관련 예산은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하는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일부를 고등교육 분야로 가져올 경우 기존에 그 돈을 쓰던 유·초·중등교육이 불안정해질 수 있으니 별도의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게 형의 이야기다. 지금과 같은 방식이면 나중에 동생이 돈 없다고 할 경우(유·초·중등교육 예산이 부족해질 경우) 다시 형 돈을 빼앗아 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5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기자회견 전 교육감들과 만나 30~40분가량 비공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당초 계획된 일정이 아니었다. 이후 16일 그는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교육 재정 개편을 밀어붙일 생각이 없다"고 언급했다. 일단은 부모가 동생 돈을 빼앗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 부총리의 이러한 말과 행동에 진심이 담겨 있는지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부모는 동생의 돈을 빼앗아 형 줄 생각 하지 말고 형제 모두에게 공평하게 용돈을 줘야 한다.
장성환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