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서울 시내 사립유치원의 건전하고 투명한 회계 운영을 위한 별도 예·결산 지침이 생긴다. 그러나 일부 사립유치원들은 민간 교육기관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2일 '사립유치원 회계 2023학년도 예산 및 2022학년도 결산 지침'을 처음으로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 사립유치원들은 2023학년도부터 이 지침을 적용해 회계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사립유치원은 매년 유아 학비와 친환경 급식, 학급운영비 등 각종 재정 지원을 받고 있으나 예산을 편성·집행할 때 적용되는 공통된 기본 지침이 없어 지도·감독의 실효성 확보가 어려웠다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설명이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2023학년도부터 사립유치원은 관내·외 여비, 직책급 업무추진비 지급 대상 및 월정액, 일반 업무추진비 편성 한도액, 특근매식비, 위원회 참석수당 등에 대한 예산 편성 단가를 마련해 유치원마다 공통된 단가를 적용해야 한다.
직책급 업무추진비의 경우 서울 공립유치원 및 13개 시·도교육청 사립유치원 기준과 동일하게 월 25만원, 연간 3백만원으로 정했다. 일반 업무추진비는 유치원당 연간 5백만원, 학급당 6만원, 교직원당 8만원이다. 관내·외 여비 등 나머지는 공립유치원 공무원 단가에 일괄적으로 맞춰진다.
해당 연도에 미처 쓰지 못하고 다음 회계연도로 넘기는 금액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도 마련했다. 2024학년도부터는 매년 일괄적으로 지원하던 학급운영비를 유치원의 '순세계잉여금' 증가액 평균에 따라 차등으로 지원한다. '순세계잉여금'은 보조금을 제외한 순수한 잉여금을 일컫는다. '순세계잉여금' 증가액이 전체 평균의 0.5배 미만일 경우에는 학급운영비를 줄이지 않지만 0.5∼2배 이상 늘어나면 학급운영비가 10∼25% 감액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 예산이 당해 연도 교육 수혜자에게 적기에 투입돼 건전한 교육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이 22일 서울 시내 사립유치원의 건전하고 투명한 회계 운영을 위해 '사립유치원 회계 2023학년도 예산 및 2022학년도 결산 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표는 '순세계잉여금' 증가액 평균에 따른 사립유치원 운영비 차등 지원 기준(표 = 서울시교육청)
아울러 학부모들이 사립유치원 회계 운영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사립유치원 홈페이지 누리집에 예·결산서 공개가 의무화된다. 홈페이지가 없는 유치원은 관할 교육지원청 홈페이지에 메뉴를 신설해 예·결산서를 공개하도록 했다. 현재는 서울 전체 사립유치원 472곳 가운데 235곳(49.8%)만 홈페이지에 예·결산서를 공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지침이 유치원 교육 현장에 빠르게 안착될 수 있도록 지침 책자를 배포할 계획이다. 또한 사립유치원 관계자가 지침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담당자 연수, 전문 상담·지원단(현·퇴직공무원) 컨설팅, 비대면 상담 챗봇 서비스 등 맞춤형 지원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 일각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순세계잉여금' 증가액에 따라 학급운영비를 차등 지원하는 부분이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김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정책홍보국장은 "학부모들로부터 받은 납입금 등 일반적인 세입의 경우 당연히 당해 연도에 바로 사용하는 것이 맞지만 이 외 수입은 유치원의 운영을 위한 예비비로 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출산율 저하에 따른 원아 수 감소 등을 대비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도 필요한데 '순세계잉여금'을 무조건 당해 연도에 다 쓰라고 강제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공통 단가 적용과 관련해서도 "사립유치원은 엄연한 민간 기관인데 이 부분을 강제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의 장기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적립금 제도를 활용하면 되고, 법적으로도 교육감이 사립유치원에 대해 지도·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