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파업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납품 지연으로 인한 위약금, 물류비 상승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집단운송거부 긴급 애로·피해 신고센터'에 32개사 56건의 애로사항이 접수됐다.
유형별로 보면 납품 지연으로 인한 위약금 발생과 국외 바이어 거래처 단절이 25건(45%)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로 인한 물류비 증가가 16건(29%) △원·부자재 반입 차질에 따른 생산 중단이 13건(23%), △공장·항만 반·출입 차질로 인한 물품 폐기가 2건(4%) 등으로 집계됐다.
앞서 무역협회는 화물연대의 무기한 집단 운송 거부에 대응해 지난 23일부터 '수출 물류 비상대책반(반장 정만기 무역협회 부회장)'을 운영하고 있다. 비상대책반은 화물연대 동향과 피해 상황 모니터링, 피해 신고센터 운영, 대정부 건의 등의 역할을 하면서 무역 업계의 수출입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보증 기간 연장 등 방안 마련
이번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자동차 업계는 보증 기간 연장 등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로드 탁송으로 신차를 받는 고객을 대상으로 보증 기간 연장 등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보증 기간을 연장하는 이유는 로드 탁송을 하게 되면 주행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타이어 업계는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수출 물량을 항만까지 운송하지 못하는 피해를 보고 있다.
실제 재생타이어 등을 수출하는 A업체는 납기 지연으로 추가 주문이 늦어지거나 주문이 취소되는 사례가 발생했으며, 특히 물량이 가장 많은 연말 시기라 피해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원자재 조달이 불가능해 공장 생산에도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업체는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가 조기 종료되거나 일부라도 화물 운송을 지원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 닷새째인 28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철강산업단지 도로 곳곳에 화물차량 수십 대가 운행을 멈춘 채 서 있다. (사진=뉴시스)
정유 '재고 소진'·석유화학 '재고 누적' 우려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에 대해 정유 업계는 내수 재고 소진을, 석유화학 업계는 재고가 누적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주유소의 비축량이 2주일 치란 점을 고려할 때 파업이 1주일을 넘어가면 일부에서 재고가 바닥날 수 있다"며 "장기화하면 동절기에 등유가 없어서 한파에 고생하거나 연료가 없어서 자동차를 운행 못하는 등 심각한 사태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탱크로리 중에서 수도권은 90%, 전국 평균은 70%가 파업 연대에 가입해 있다"면서 "지방은 움직일 수 있는 비가입 차량이 3대 정도밖에 안 된다"고 부연했다.
석유화학 업계서는 개별 업체나 산업단지 차원에서 출하를 조정하거나 야적까지 하는 등으로 대비하고 있으나, 1주일을 넘어가는 기점에서 1개월 정도를 장기화 시작 시점으로 보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석유업계 관계자는 "재고를 쌓아둘 곳이 없으면 가동률을 조절할 수도 있고, 심지어 공장이 멈추는 곳이 있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내부에서 소화하거나 보관 공간을 구하지 못하면 생산도 더 이상 하기 어렵고, 야적을 오래 하기도 힘들다"며 "생산을 더 못하면 피해가 어마어마하게 커진다"고 말했다.
철강 출하량 조정으로 대응…장기화 주시
철강 업계도 출하량 조정 등으로 파업에 대응하고 있지만, 물류가 중단된 만큼 뚜렷한 대책 없이 발을 구르고 있다.
특히 태풍 힌남노에 따른 수해 복구에 한창인
포스코(005490)는 철강 수급난 대응 도중 일어난 파업으로 비상이 걸린 상태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항제철소 가동 중단 시점부터 복구 기간 고객사의 소재 수급과 협력사·공급사의 피해 최소화에도 주력하고 있다"며 "철강 수급 난항을 겪고 있는 고객사향 긴급재 이송과 제철소 복구를 위한 설비 자재의 입출고 운송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하면 대책이 없고, 피해가 불어날 것"이라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수출입 관문인 해운 업계도 파업을 앞두고 약 일주일 치 화물을 확보해 두고 파업 조기 종결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번 주를 넘길 경우 마땅한 대안이 없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HMM(011200) 관계자는 "수출 지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주일~열흘 전부터 항만 내 화물을 조기 반입 중이나, 장기화 시 물류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한 해운 업계 관계자는 "사전 대응을 했지만,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지나면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후 더 실을 물건이 없고, 배에서 내릴 물건도 밖으로 못 나가니 항만이 꽉 차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조속한 타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와 화물연대의 협상이 결렬된 점도 상황을 악화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물류 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의 경우 전반적으로 업무의 95%가 안 되고 있다"며 "수입국에서 '빨리 물건을 보내 달라'고 하는데, '지금 방법이 없으니 기다려 달라'고 답하고 있다"며 수"입하는 쪽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차종·품목 확대를 요구하면서 지난 24일 0시부터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안전운임제란 화물 차주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해 적정 임금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22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을 3년 연장하되 품목 확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해훈·표진수·신태현·이범종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