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주요 대기업의 인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올해 사장급·전무급 임원이 줄고, 부사장급·상무급 임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기업 중에서는 7곳이 지난해보다 부사장급·상무급 임원이 증가했다. 전체 임원 중 1970년 이후 출생 임원의 비중도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기업 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자산 순위 상위 30대 그룹의 계열사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는 267개 기업의 임원현황을 직급별로 전수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전체 임원은 지난해 말 1만328명에서 올해 3분기 말 1만496명으로 168명(1.6%) 늘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30대 그룹의 전체 임원 수는 정체한 것으로 보이나, 직급별로 보면 부회장·사장급·전무급 임원은 줄었다"며 "반면 부사장급·상무급 임원이 대폭 증가하면서 세대교체의 흐름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었다"고 말했다.
세대교체 위한 예비 경영자층 확대 영향
30대 그룹의 부회장단 수는 지난해 말 54명에서 올해 3분기 말 48명으로 6명(11.1%), 사장급 임원은 같은 기간 300명에서 277명으로 23명(7.7%) 줄었다.
부사장 직급은 808명에서 261명이 늘어난 1071명으로 32.5%의 증가율을 보였다. 연구소는 지난해 말 삼성그룹의 인사제도 개편으로 부사장과 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합한 것과 대기업들이 세대교체를 위해 예비 경영자층을 두껍게 한 것으로 인한 현상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전무급 임원은 지난해 말 1042명에서 올해 3분기 말 799명으로 243명(23.3%) 감소했다. 반대로 초임 임원인 상무급 임원은 7364명에서 신임 상무 인사 이후 올해 3분기까지 7573명으로 209명(2.8%)이 증가했다.
10대 그룹만을 놓고 보면 LG그룹, 한화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 3곳을 제외한 나머지 7곳에서 부사장급 임원이 늘었고, 삼성그룹, 롯데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 3곳을 제외한 나머지 7곳에서 상무급 임원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 인사 개편 이후 부사장단 175명 증가
그룹별로는 임원 수가 가장 많은 삼성그룹은 보고서를 제출한 22개 계열사의 전체 임원 수는 지난해 2076명에서 올해 3분기 말 2050명으로 26명 줄었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10월27일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김기남 회장과 함께 삼성그룹 회장은 2명이 됐고, 부회장단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회장, 전영현
삼성SDI(006400) 부회장 등 3명으로 지난해보다 1명이 감소했다.
사장단은 지난해 35명에서 올해 39명으로 늘었다. 부사장단은 지난해 인사 개편으로 부사장과 전무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일하면서 전체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부사장 232명에 전무 165명을 합해 397명이었던 임원 수가 올해 3분기에는 572명으로 175명 증가했다. 이에 반해 상무급 임원은 1601명에서 202명(12.6%) 줄어든 139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뉴시스)
SK그룹은 같은 기간 10대 그룹 중 임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SK그룹의 보고서 제출 기업 31개 계열사의 지난해 말 임원 수는 949명이었지만, 올해 3분기 말에는 1051명으로 102명(10.7%) 늘었다.
지난해 장동현
SK(034730)㈜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096770) 부회장 등 2명이 승진하면서 8명의 부회장단을 유지하고 있다. 사장단은 지난해 말과 같은 37명이다. 반면 상무급 임원은 721명에서 822명으로 101명(14.0%)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에서 보고서를 제출한 19개 계열사의 임원 수는 지난해 1353명에서 올해 3분기 말 1366명으로 13명 늘었다.
부회장 직급에서는 윤여철 부회장이 퇴진하면서 현재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1명이며, 전문경영인 부회장은 없다. 사장급 임원은 27명에서 23명으로 4명을 줄였지만, 부사장급 임원은 61명에서 63명으로 2명 늘렸다. 전무급에서는 118명에서 112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상무급 임원은 1106명에서 26명 늘어난 1132명으로 확인됐다.
지난주 인사 LG, 상무급 임원만 43명 늘어
지난주 신규 임원 인사를 단행한 LG그룹은 16개 계열사의 지난해 대비 올해 3분기 임원 수가 935명에서 971명으로 36명(3.9%) 증가했다. 직급별 증감을 보면 부회장이 1명 증가, 부사장이 8명 감소, 전무가 4명 감소했으며, 상무급에서만 무려 43명(6.5%) 증가했다.
이외에도 30대 그룹 중 △한화그룹 63명(10.6%) △롯데그룹 11명(1.7%) △미래에셋그룹 31명(9.4%) △
KT(030200) 12명(3.9%) △현대중공업그룹 7명(2.2%) △한진그룹 6명(3.9%) △효성그룹 5명(1.7%) △HDC그룹 2명(4.5%) 등 9개 그룹의 임원 수가 줄었다.
반대로 △CJ그룹 33명 △신세계그룹 3명 △두산그룹 9명 △현대백화점그룹 3명 △네이버 17명 △카카오 5명 등 13개 그룹의 임원 수는 지난해 말보다 소폭 늘었다.
30대 그룹 임원의 출생 연도별 분포를 조사한 결과 1970년대생 이후 임원의 비중은 지난해 말 40.4%에서 올해 3분기 말 45.6% 5.1%포인트 증가하면서 신규 임원을 선임을 통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여성 임원은 646명에서 634명으로 감소했고, 비중으로는 6.6%에서 6.4%로 0.2%포인트 줄었다.
30대 그룹 출생 연도별 임원 현황. (자료=리더스인덱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