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법무부가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20년간 복역한 윤성여씨와 이춘재에게 살해된 초등학생 피해자 유족에 대한 2건의 국가배상 판결에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법무부는 1일 "수사기관의 과오가 명백히 밝혀진 사안에 대해 국가가 그 책임을 인정하고, 억울한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 대한 신속한 피해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항소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은 지난 1986년~1991년 이춘재가 경기 화성시 일대에서 총 14명의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다.
윤씨는 고문·가혹행위를 동원한 위법수사로 제8차 사건의 범인 누명을 쓰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는 2009년 가석방으로 출소할 때까지 20년간 복역했다. 이후 2019년 10월 이춘재가 자백하면서 윤씨가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2020년 12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윤씨와 가족들은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1심은 국가가 윤씨와 가족들에게 총 21억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윤씨 측이 항소하지 않으면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된다.
이춘재가 자백한 살인 사건 중 하나인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의 피해자 유족들도 담당 경찰관들이 고의로 사건을 은폐했다며 2020년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 아동(당시 8세)은 1989년 7월7일 낮 12시 30분쯤 화성 태안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다가 실종됐다. 이춘재 자백 이후 재수사 결과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이 피해자의 유류품과 시신 일부를 발견하고도 이를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은 지난달 화성 초등생 유족에게 국가가 2억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부는 1심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두 사건의 항소를 모두 포기하고 피해자 및 가족에게 신속하게 손해배상금 지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가의 명백한 잘못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준 사건인 만큼 국가의 과오를 소상히 알리고, 신속한 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오랫동안 고통을 겪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께 법무행정의 책임자로서 국가를 대신해 진심으로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12월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 청사를 나와 지인들의 축하를 받고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