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면서 전기차 업체들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고시된 환경부 고시에 따라 2024년부터는 상온 1회 충전 주행거리의 최저 70% 이상을 저온 주행시 맞추지 못하면 보조금 대상 차종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현재 기준을 통과한 차량들도 이번 겨울을 제대로 나지 못할 경우 '보조금 탈락'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어 배터리의 겨울적응과 업그레이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7일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현대차(005380) 아이오닉 6 롱레인지 2WD(18인치)의 상온 주행거리는 544km지만 저온 주행거리는 428km다. 상온 대비 효율이 78.7%다.
수입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벤츠 EQB 300은 상온 313km에서 저온 225km로 72.2% 수준이다. 폭스바겐 ID.4 역시 상온 405km에서 저온 288km로 71.1%의 효율을 보였다. 쉐보레 볼트EV는 상온 414km에서 저온 273km로 효율이 65.9%에 불과하다.
더 뉴 EQB.(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온도가 낮으면 배터리 내부 저항이 증가해 에너지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주행가능거리도 줄어든다. 게다가 전기차는 실내 난방에 필요한 히터를 작동하는데 배터리를 사용한다. 엔진 열을 활용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 에너지 소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상온과 저온 사이에서 큰 성능 차이를 보인다.
상온과 저온 주행거리 차이가 많이 나는 전기차는 보조금도 받을 수 없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전기자동차 보급대상 평가 규정 일부개정 고시안'을 행정 예고했다. 저온 주행 테스트에서 상온과 비교해 일정 수준 이상의 주행거리를 인증 받아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보조금 지급 기준 중 기존 상온 1회 충전 주행거리의 65~70%로 수준으로 책정됐던 저온 1회 충전거리는 2023년까진 65~75%, 2024년부터는 70~80%로 강화된다. 전기차 제조사들은 보조금을 받기 위해 저온 충전 주행거리를 늘려야 한다. 실제 지난 9월 출시된 아우디 Q4-e트론의 경우 겨울철 주행가능거리 측정 기준에 못 미쳐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면 기아(000270) EV6 롱레인지 2WD(19인치)의 경우 상온 주행거리가 483km, 저온 446km로 92.3%의 가장 높은 효율을 보였다. 이는 히트펌프 덕분이다. 에어컨은 차가워진 냉매를 활용해 실내에 시원한 바람을 제공하고 반대로 뜨거워진 냉매는 실외기를 통해 열을 배출한다. 히트펌프 역시 똑같은 과정을 거치는데 다만 그 열을 히터로 활용한다. 적은 전력을 소모해 큰 난방 효과를 얻는 셈이다.
겨울이 혹독할 수록 새로운 기준에 들기 위한 전기차 업체들의 배터리 효율유지가 어려워진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겨울철 히터를 켜면 주행거리가 확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것이 전기차 프리미엄급 모델의 가장 중요한 숙제"라며 "10~20km가 아니라 100km 이상 차이가 나니까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전기차는 이동수단의 기능이 브랜드 선호 보다 앞선다"며 "주행거리는 가격과 함께 소비자가 전기차를 선택할 때 최우선으로 하는 요소인 만큼 저온 주행거리에 대한 명시 의무와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