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용암 수능'으로 평가받는 지난해보다 쉬웠으나 수학 영역의 난이도는 여전히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작년에 이어 올해 대입 전형에서도 수학 영역이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학 영역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이과생들의 교차 지원 현상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8일 2023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수능에서 전 영역 만점을 받은 학생은 총 3명으로 재학생 2명과 재수생 1명이다. 3명 모두 과학탐구 영역을 선택한 자연 계열 학생이라고 평가원은 설명했다. 두 번째로 치러진 문·이과 통합 수능인 올해 역시 '이과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을 살펴보면 국어 영역은 134점, 수학 영역은 145점이다. 표준점수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다. 통상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떨어지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하고, 시험이 쉬워서 평균이 올라가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하락한다.
국어, 지난해 보다 난이도 평이
국어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149점)에 비해 15점이나 떨어져 난이도가 평이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1등급과 2등급을 가르는 구분 점수(등급 커트라인) 역시 126점으로 전년도 131점 대비 5점 하락했다. 표준점수 최고점과 1등급 커트라인의 점수 차이는 8점으로 지난해 18점에 달했던 것에 비해 폭이 크게 줄었다.
국어 영역 만점자 수는 371명(0.08%)으로 작년 28명(0.01%)과 비교해 숫자가 크게 늘었다. 1등급을 획득한 응시자는 1만9858명으로 4.45%의 비율을 차지했다. 지난해 1만7914명(4.01%) 대비 1등급 수와 비율 모두 높아졌다.
수학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작년(147점)에 비해 2점 내려가는데 그쳐 변별력을 유지했다. 만점자 수는 전년도 2702명(0.63%) 대비 3분의 1토막이 난 934명(0.22%)으로 집계됐다. 올해 수학 영역이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도 상당히 어려운 시험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수학 1등급 커트라인 133점…작년 보다 4점 하락
수학 영역 1등급 커트라인은 133점이다. 지난해 137점에 비해 4점 하락했다. 표준점수 최고점과 1등급 커트라인의 점수 차이 역시 12점으로 전년도 10점 차이보다 더 벌어졌다. 그러나 1등급을 획득한 응시자는 2만2571명(5.26%)으로 지난해(1만8031명·4.20%) 대비 인원·비율 모두 올랐다.
입시 전문가들은 최상위권 대입 전형의 경우 수학 영역 성적을 잘 받았는지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학 영역에 절대적으로 기울어진 수능"이라며 "국어 영역을 만점 받고도 수학 영역 상위권에게 뒤쳐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난이도가 비슷하다는 평이 우세했던 영어 영역의 경우 1등급의 비율이 7.83%(3만4830명)로 지난해 6.25%(2만7830명)보다 소폭 늘어났다. 영어 영역은 절대평가로 치러져 원점수 90점 이상을 받으면 모두 1등급이다. 다만 2등급의 비율이 18.67%, 3등급의 비율이 21.75%로 작년 2등급(21.64%)과 3등급(25.16%) 비율에 비해 떨어져 중상위권 학생에게는 체감 난이도가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임 대표는 "영어 영역 2~3등급 이내 수험생 수가 줄면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됐다"고 짚었다.
'사탐' 표준점수 최고점 65~74점, '과탐' 67~75점
탐구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사회탐구 영역 65~74점, 과학탐구 영역 67~75점, 직업탐구 영역 69~76점이었다. 선택 과목에 따른 유불리는 올해도 이어졌다. 사회탐구 영역에서 표준점수 최고점이 가장 높은 과목은 정치와법(74점)이었고, 가장 낮은 과목은 동아시아사(65점)였다. 동아시아사를 선택한 학생은 만점을 받아도 정치와법을 선택한 학생보다 9점 낮은 점수를 받게 되는 것이다. 사회탐구 영역은 전반적으로 작년 수능보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높아져 어려웠다. 과학탐구 영역 표준점수 최고점은 화학Ⅰ이 75점으로 가장 높았고, 지구과학Ⅱ가 67점으로 가장 낮았다.
임 대표는 "종합해 볼 때 표준점수 최고점이 낮아져 평균적으로는 쉬워졌지만 1등급 커트라인이 하락한 것은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변별력이 확보됐다는 의미"라며 "국어 영역은 쉽게 출제됐고, 수학 영역은 '킬러 문항'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상위권 학생들에게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수학 영역 공통과목 고득점자가 많은 이과생(미적분·기하 응시생)들이 표준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확보하면서 올해 입시에서도 이과생들의 문과 침공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시, 영역별 가중치 달라…유불리 단정 어려워"
이규민 평가원 원장은 국어 영역과 수학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작년 2점에서 올해 11점으로 커지면서 이과생들에게 더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일반적으로 정시 모집에서는 국어 영역과 수학 영역 모두 반영되기 때문에 점수 차이가 난다고 해서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일방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면서 "정시에서 수능 점수를 반영할 때 영역별로 가중치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의 분석으로는 중위권의 경우 오히려 국어 영역의 표준점수가 더 높았다"며 "과목 간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가능하면 적게 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 이 차이가 크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수능에서 재수생 응시 비율은 31%로 2005년 현재의 수능 체제 도입 이후 가장 높았다. 이번 수능 응시자 수는 44만7669명으로 작년보다 469명 감소했다. 재학생은 지난해보다 1만409명 줄어든 30만8284명(68.9%)이었고, 졸업생·검정고시 합격자 등은 13만9385명(31.1%)으로 전년도 대비 9940명이나 늘었다.
이규민 한국교육평가원 원장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채점 결과 발표에 앞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