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고질적인 어린이집 교사 휴가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한 전임교사가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국 최초로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기존 보조교사·대체교사 대신 담임업무 대체 및 보조 일체형 교사 지원 형태로 ‘서울형 전임교사’를 시범 도입했다.
올 3월 취약보육 어린이집 140곳, 7월 장애아 전문·통합 어린이집 56곳 등 196곳에 서울형 전임교사를 배치했다.
어린이집 현장은 보육교사 휴가 문제로 골치를 앓아왔다. 보육교사 입장에서는 업무 공백에 대한 부담으로 휴가 사용을 원하는 때에 못했다.
부모 입장에선 기존 보육교사가 휴가를 갈 경우 보육공백을 우려하거나 대체·보조 교사와 아이의 적응 문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반복됐다.
어린이집 입장에서도 대체·보조교사를 구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휴가 시 합반으로 운영하는 등 보육교사의 휴가를 반기지 않아 교사와의 크고 작은 갈등이 계속됐다.
서울형 전임교사는 서울시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대체교사를 파견하는 대신 어린이집에 이미 정규인력으로 상주해 근무하면서 평상 시엔 보조교사 역할을 한다.
전임교사는 상시 근무하기 때문에 다른 보육교사가 유급휴가를 가게 되면 담임교사로 적응과정 걱정없이 곧바로 활동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보육교사도 원하는 날짜에 휴가를 갈 수 있으며, 부모 입장에선 아이의 적응 걱정, 어린이집 입장에선 채용 걱정을 덜게 되는 셈이다.
또한 담임교사가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활동, 세미나, 연구모임 등 참여 시에도 서울형 전임교사가 해당 반의 담임 업무를 담당하면서 보육교사들의 전반적인 직무역량 강화도 기대할 수 있다.
보육교사 휴가 시에 통상적으로 이뤄지던 합반 운영도 전임교사 배치로 막을 수 있어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낮추는 효과가 생긴다.
평소에는 전임교사가 보조교사의 역할을 하므로 영유아의 활발한 놀이 활동이 가능해지고 교사와 아이들의 상호작용이 풍부해지는 등 보육의 질 또한 높아진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지난 10월까지 시범사업 효과를 분석한 결과, 휴가 만족도가 2.98점에서 3.38점(4점 만점)으로 높아져 전임교사 배치 후 보육교사들의 개인적 필요에 따라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휴가를 갈 수 있게 됐다.
보육교사의 평균 근무시간은 8.17시간에서 8.12시간으로 감소했으며, 20인 이하 어린이집에서 0.22시간으로 감소 폭이 가장 높았다.
전체적으로 근무시간은 감소한 가운데 수업 준비 시간은 평균 10.2분, 기록업무 시간은 5.5분, 등하원 지도 시간은 8.8분 늘어 보육의 질은 높아지면서도, 휴게 시간은 19.8분이나 늘었다.
익숙한 정규인력이 안정적으로 배치되면서 부모들의 어린이집 이용만족도도 95.05점으로 3.92점 증가했고 교사의 부재에 대한 불안감도 감소했다.
어린이집 입장에서도 전임교사 배치 이후 대체인력 수급 만족도에 대해 3.15점으로 응답해 교사의 휴가는 물론 질병·사고·퇴사 등에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보육공백이 최소화됐다.
전임교사 배치 이후 안전사고 발생 건수가 보육교사 조사 기준 27.5% 감소하면서 안전사고 발생 시 대응력도 강화됐다.
한 보육교사는 “예전에는 선생님 휴가 간다고 하면 그 주에 등원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전임교사도 잘 따르기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는다”며 “아이가 놀다가 손바닥이 찢어져도 외부에 안전 요청을 할 수밖에 없는 예전과 달리 다친 친구와 병원에 바로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보육의 질 향상 및 보육교사 근무여건 개선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게 매우 큰 성과를 달성했다”며 “내년에는 196곳에서 300곳으로 확대해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서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늘해랑어린이집에서 원아들이 보육교사들과 놀이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