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구현모
KT(030200) 대표가 13일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와 이사회로부터 차기 대표로 적격 평가를 받았으나 경선을 요청했다.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향후 추가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KT는 이날 이사회가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구 대표의 연임이 적격하다는 심사결과를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주요 주주가 제기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 가능성을 검토 요청했다.
소유분산기업은 뚜렷한 지배주주 없이 지분이 여러 투자 주체로 분산된 기업을 말한다.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소유구조가 분산된 기업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힌 것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올해 3월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정치후원금 관련 법률 리스크를 이유로 박종욱 경영 부문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한 바 있다. 만일 단독 후보로 추천될 경우 내년 3월 주총에서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지적에 대해 귀를 기울이면서 호응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게 명분이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사회는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추가 심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후보자나 공모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이달 내로 경선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KT그룹 내부의 인사뿐 아니라 외부 인사도 참여하도록 할 예정이다. 후보자 공모가 마무리되면 심사를 통해 후보자들 가운데 한명을 대표이사후보로 확정해 주주총회에 추천한다.
업계에서는 구 대표의 자신감이 드러난 결정으로 보고 있다. 이사회 신임을 받은 것에 더해 복수 후보와의 경쟁을 통해 연임의 당위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구 대표의 결정은 연임에 대해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외풍이 불 것에 대비, 구 대표가 쐐기를 박기 위한 수를 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민영화한지 20년이 지났지만 그간 KT는 대표 임명과 관련해 끊임 없이 정치적 외풍에 시달려 왔다. 이 때문에 연임 적격이라는 심사 결과 이후 뒤집기 시도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구 대표가 아예 이사회에 복수 후보 심사 가능성까지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뒤집기를 막기 위해 용산(대통령실)에 공을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구 대표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달 8일 연임 의사를 밝혔다. 이후 이사회는 심사위를 구성해 구 대표의 연임 적격 여부를 심사해왔다. 심사위는 이사진 가운데 구 대표를 제외한 사내이사 1인과 사외이사 8인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구 대표는 2020년 12년 만에 선임된 내부 출신 CEO로, 취임 후 KT는 안정적인 매출 성과를 거뒀으며 지난 8월 1일에는 9년 만에 시가총액 10조원을 재돌파했다. 영업이익도 구 대표 임전 1조1596억원에서 지난해 1조671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 이익은 1조5386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과 비슷한 규모다.
KT 전체 조합원 가운데 99%가 속한 노동조합도 구 대표의 연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구 대표가 인력 구조조정이나 자산매각이 아닌 근본적인 사업 체질 개선을 통해 성과를 달성했고, KT는 구 대표의 디지코 전환 선언 이후 디지털 플랫폼 회사로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현모 KT 대표. (사진=KT)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