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정부가 장애인 미디어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법적 의무가 없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OTT에 대한 법적정의도 불분명해 장애인 방송 의무 부과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게다가 콘텐츠 유통과 저작권 문제까지 얽혀 있어 장애인미디어접근 기본법 제정안 마련 역시 시간이 다소 소요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3일 수어방송·화면해설방송 등 장애인방송 의무편성비율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상파·종합편성방송채널사업자·보도전문방송채널사업자를 대상으로 한국수어방송의 의무편성비율을 기존 5%에서 7%로 확대하고, 화면해설방송 재방송 편성비율을 기존 30%에서 25% 이하로 축소한 것이 골자다.
현행 방송법에서 장애인방송 의무편성 규제 대상은 지상파·종합편성방송채널사업자·보도전문방송채널사업자로, VOD·OTT 방송사업자는 의무편성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유료방송과 OTT 플랫폼에도 법적 의무를 부여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산하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가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4가지의 OTT 플랫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대상으로 시각장애인 접근성 실태를 조사한 결과 시각장애인이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은 넷플릭스의 '앱 설정변경'뿐이었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OTT 등 비실시간 방송에서의 장애인 방송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농아인협회가 넷플릭스를 상대로 한 장애인 인권소송에서 승소하면서 폐쇄자막과 화면 해설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배상금 소송에 휘말려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장애인의 방송 시청 편의를 제공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영국은 TV와 OTT 콘텐츠에 일정 비율의 자막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장애인 방송에 대한 의무는 법으로 명문화되지 않은 상태다 .
방통위는 소외계층의 미디어 접근 강화와 정책지원을 위해 장애인미디어접근기본법 제정안을 마련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장애인 방송 시청과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과 콘텐츠 유통의 활성화, 자막 적용에 따른 저작권 문제, 장애인 미디어 접근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축"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애인 방송이나 시청에 대한 내용이 타 부처 소관법으로 있어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OTT를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 역무로 정의해 방송 부문 역시 포섭할 수 있는지에 대해 영역이 모호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OTT 사업자들 역시 시청 약자를 위한 서비스 확대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비용 부담이 만만찮다. 방통위는 장애인 방송 관련 예산을 전년보다 21억원 증액했으나 지원 역시 법적 의무를 지닌 사업자를 대상으로 이뤄져 OTT 사업자 내부적인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국내 OTT 대부분은 청각장애인에 중점을 두고 자체 제작 콘텐츠를 중심으로 자막 위주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OTT에서 장애인 미디어 접근성 확대를 위해서는 이해 당사자들과 정부 간의 충분한 논의를 기반으로 내용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사진=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