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 고용과 소득, 부동산 등 국가 주요 통계에 대해 고의적인 왜곡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전방위 감사를 벌이고 있다. 표본을 왜곡하거나 숫자를 임의로 입력해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어서다. 특히 감사원은 이 과정에 청와대 차원의 개입이 있었는지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통계청 실무진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관련 의혹은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최근 감사원은 황수경·강신욱 전 통계청장을 잇달아 불러 관련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청장은 지난 2018년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분배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통계 결과가 나온 뒤 취임 13개월 만에 교체돼 경질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황 전 청장은 이임식에서 눈물을 흘리며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후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고 황 전 청장 후임으로 통계청의 조사방식을 비판한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강신욱 당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실장이 임명돼 '코드 인사' 논란마저 불거졌다. 이같은 논란을 거쳐 2019년 2분기에 다시 빈부격차가 개선됐다는 결과가 나왔고 이 때문에 강 전 청장은 재직 중 가계소득 통계 기준을 바꿔 소득분배가 개선된 것처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통계조작 의혹은 집값, 고용 등 전방위에 걸쳐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은 통계청 이외에도 국토교통부, 한국부동산원을 대상으로도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집값 통계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당시 부동산 가격 동향 조사 과정에서 집값이 덜 오른 지역에 치우치게 표본을 왜곡하거나 조사원이 조사 숫자를 임의로 입력하는 등 고의적 왜곡이 있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앞서 2020년 7월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은 국회에서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을 근거로 "문 정부 3년간 전국 집값은 11%, 서울 아파트값은 14% 올랐다"고 말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민간 연구소 등의 조사에선 서울 아파트 가격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와 김 장관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시각과 인식이 여론과 괴리감을 보인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국가 통계는 정확성과 함께 신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정부 정책 수립과 추진에 있어 그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통계 조작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모든 정부는 국정 운영의 방향성을 정할 때 국가 통계를 참고한다. 그만큼 국가 통계는 각 부처의 정책 수립과 직결돼 있다. 그런데 만약 그 통계가 왜곡·조작된 것이라면 정책은 반드시 왜곡을 불러오게 돼 있고 결국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이는 통계 조작 의혹을 샅샅이 밝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시에 흔들리는 통계 신뢰도를 높일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