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공소장에 정 전 실장이 이 대표 측근으로서의 영향력을 이용해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428억원을 받는 대가로 사업상 특혜를 줬다고 적시했다. 이 대표를 81차례 언급하긴 했지만 공모 여부를 명시하진 않았다.
20일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정 전 실장의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이재명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재직기간 중 자신에게 결재 상신된 보고서나 문건 등은 사전에 모두 정진상의 검토를 거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를 통해 정진상은 유동규가 추진하던 공단, 공사, 경기관광공사 등의 주요 정책, 업무, 인사, 예산 등에 대해 보고 받는 방법으로 유동규의 업무를 관리·감독했다"며 "그 과정에서 유동규로부터 수십 회에 걸쳐 합계 수천만원 상당의 술과 향응을 제공받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봤다.
공소장에는 앞선 정 전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과 달리 2013년 7월쯤 유 전 본부장이 '남 변호사 등과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을 같이 추진하면 이 대표 시장 재선을 위한 선거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정 전 실장에게 제안하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검찰은 지난해 2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대장동 개발 수익 약 428억원을 약속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참여하는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있었던 정 전 실장이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봤다. 이에 앞서서는 정 전 실장이 김씨에게 직접 20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도 적시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대장동 일당이 이 대표의 선거운동을 도운 내용도 포함했다.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대표가 친형과 형수에게 욕설한 발언이 담긴 녹음파일이 유포되자 유 전 본부장은 남 변호사에게 '이 대표의 욕설을 옹호하는 댓글을 작성하라'는 취지로 요구했다. 또 '이 대표 상대 후보의 동생이 형수 욕설 관련 불법 파일을 유포해 검찰에 송치됐다'는 허위 사실이 보도될 수 있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아울러 검찰은 이번 공소장에 정 전 실장이 민간업자들에게 428억원의 뇌물을 약속받는 대가로 제공한 5가지 특혜를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이 민간업자들에게 △화천대유 요구사항을 그대로 반영한 공모지침서 작성 △편파 심사를 통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수천억원대 배당금 몰아주기 △대장동 부지 5개 블록 수의계약 △이익 극대화를 위한 공동주택 용적률 상향·임대주택 용지 비율 최소화 승인 등의 특혜를 줬다고 봤다.
정 전 실장 측은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정 전 실장은 지난달 입장문을 내고 "그 어떤 부정한 돈도 받은 일이 없고 부정한 결탁을 도모한 사실도 없다"며 "428억 약정설도 허구 주장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이 1995년 성남시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이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정 전 실장과 이 대표가 27년 동안 함께 해왔다는 사실을 들어 두 사람의 관계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은, 이 대표의 표현대로 이들의 관계를 '정치적 동지'라고 규정할 뿐 공모 여부는 적시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달 19일 정 실장이 구속되자 "저의 정치적 동지 한 명이 또 구속됐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지난 9일 정 전 실장을 특가법상 뇌물·부정처사후수뢰·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유 전 본부장을 뇌물공여·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책조정실장이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