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 간 통합 여부가 현 경쟁 체제를 유지하는 쪽을 결론 났다. 다만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국토교통부가 자문기구 역할인 거버넌스 분과위원회(분과위)의 '통합 유보' 입장을 그대로 수용해 통합 이슈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개최된 분과위에서 철도 공기업 경쟁체제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하고 현행 경쟁체제 유지 또는 통합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는 분과위의 평가결과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분과위는 '제4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 수립 연구의 자문기구로 지난 2021년 3월부터 철도 공기업 경쟁체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다. 분과위는 코레일, SR, 국가철도공단 노사 1명씩 6명, 소비자단체 2명, 교수 등 민간위원 5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돼있다.
SR은 박근혜 정권 때인 지난 2016년 철도 산업 경쟁력을 키운다며 코레일의 자회사 형태로 분리시켜 탄생한 철도 회사다. 이후 코레일과 SR의 통합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지만 5년간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다 새 정부로 넘어왔다.
이 같은 철도 공기업 경쟁체제 도입 이후 일각에선 경쟁체제로 인한 중복비용 등 비효율성 해소를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가기간 교통망 공공성 강화 및 국토교통산업 경쟁력 강화를 주요 정책방향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철도산업 최상위 법정계획인 '제4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 수립 연구에 공기업 경쟁체제에 대한 평가를 포함해 검토해왔다.
국토부는 분과위 논의과정에서 코레일과 SR의 경쟁으로 인한 국민의 혜택이 늘어 공기업 경쟁체제를 유지하자는 입장과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고 설명했다.
현행 경쟁체제를 유지하자는 쪽은 공기업 경쟁체제 도입 이후 코레일과 SR의 운임 할인으로 이용자에게 연평균 1506억원의 추가 할인 혜택이 제공됐고 전체 고속철도 서비스의 양적 확대와 품질 향상이 지속됐다고 강조했다. 또 SRT에 KTX 보다 높은 선로사용료 체계가 적용돼 막대한 고속철도 건설자금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고도 했다.
반면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는 양 기관을 통합해 고속철도를 운영하면 공기업 경쟁체제로 발생하는 연간 최대 406억원의 중복비용이 절감되는 한편 KTX-SRT 간 승차권 변경이 되지 않는 등 이원화된 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이용자 불편이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또 복합열차 운행 등 보다 효율적인 운행계획을 통해 전체 고속철도의 운행 횟수가 증가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국토부는 이번 분과위 논의 결과에 대해 "2020년 초부터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경쟁체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된 기간이 3년에 불과해 분석에 한계가 있었다"며 "공기업 경쟁체제 유지 또는 통합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는 종합의견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일단 분과위의 '유보' 입장을 수용하기로 한 만큼 당분간 현행 경쟁체제가 유지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결정 과정에 국토부는 분과위의 의견을 앞세워 현행 경쟁체제를 옹호하는 입장을 취했다.
이 때문에 코레일과 SR의 통합 문제는 향후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따라 언제든 수면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양 기관의 통합 문제가 추후 다시 불거지지 않겠냐는 질문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답을 내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개최된 분과위에서 철도 공기업 경쟁체제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하고 현행 경쟁체제 유지 또는 통합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는 분과위의 평가결과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토마토)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