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코로나19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며 호황기를 누렸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가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신규 가입자 정체와 성장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넷플릭스는 한국 등 9개 나라에서 광고 요금제를 도입했다. 디즈니플러스 역시 최근 저가형 광고 요금제를 미국에서 출시했다. 아직까지 국내 도입을 위한 약관 업데이트나 가격 등은 정해진 바 없으나 넷플릭스 사례에 비춰봤을 때 미국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란 관측이다. 국내 OTT 업체들은 가입자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출시가 타 서비스로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어 우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경쟁은 심화하는 데다 콘텐츠 제작비 규모는 커지면서 국내 OTT 업체의 수익성 개선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 데도 있다. 티빙과
KT(030200) OTT 시즌이 12월1일 자로 공식 합병해 토종 OTT 업체 1위로 올라섰다. 티빙 측은 이번 합병을 통해 플랫폼 경쟁력을 극대화해 국내 입지를 다지고, 성장 동력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티빙은 그간 JTBC스튜디오, 네이버, 파라마운트+ 등과 제휴를 맺으며 경쟁력 강화에 힘써왔다. 내년에도 오리지널 콘텐츠에 과감한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가입자 확대를 통해 글로벌 진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종로구 넷플릭스코리아 본사. (사진=홍연 기자)
사용자 감소로 위기설에 휩싸인 토종 OTT 왓챠의 향방도 주목된다. 2011년 영화 콘텐츠 평가 및 추천서비스 ‘왓챠피디아’로 시작했던 왓챠는 2016년 구독형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를 출시했다. 추천·큐레이션 서비스와 왓챠만의 색깔을 담은 개성 있는 작품들을 통해 이용자층을 확보했으며 2020년에는 일본에서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올해 7월 프로듀서(PD) 등 콘텐츠 제작 인력이 잇따라 퇴사하면서 매각설이 불거졌고, 최근
LG유플러스(032640)의 인수도 불투명해지면서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OTT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IPTV와 케이블TV 역시 자구책을 마련했다.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는 3사 공동 IPTV 브랜드 '아이픽(!PICK)'을 공개했다. 지난 7월 IPTV3사가 콘텐츠 공동 수급을 위해 3000억원 규모를 공동 투자한 데 대한 후속 조치로, 자체 콘텐츠를 키워 OTT를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케이블TV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공동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협력을 강화했다. 중소PP가 모여 운영 중인 PP공동제작협력단에 지난 6월 SO가 동참해 케이블공동제작협력단으로 확대 출범했으며, '눈에 띄는 그녀들'과 같은 콘텐츠를 만들었다.
모든 업계가 '콘텐츠'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올 한해 큰 화제를 모았던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이을 작품이 나올지 주목된다. 우영우의 흥행은 콘텐츠가 좋으면 성공한다는 만고불변의 법칙을 방증한 것과 더불어 원천 지식재산권(IP) 확보부터 콘텐츠의 제작·유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화두를 던졌다. 제작사가 자신들이 만든 콘텐츠 특성에 맞게 채널과 플랫폼을 선택해 유통하는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플랫폼이 일정 정도의 이윤을 보장해주면서 IP를 가져가는 대신, 우영우 제작사인 에이스토리처럼 제작사가 온전히 IP를 갖고 방영권을 판매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