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자유민주주의' 표현은 들어가고 '성(性) 소수자' 용어는 삭제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의결한 가운데 그 과정에 대한 내부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진보 성향의 일부 국교위원들은 국교위의 '2022 개정 교육과정' 처리가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거듭 비판하고 나섰다.
정대화·장석웅·김석준 국교위원은 21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교위가 교육과정을 졸속·강행 처리해 시작부터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됐다"며 "이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교육과정을 만들어보자는 국민적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과 각론을 이런 방식으로 심의·의결했다는 것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정 상임위원과 장 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이, 김 위원은 정의당이 추천한 진보 성향의 인사다.
이들은 "많은 위원들이 시간이 없기 때문에 신속히 처리하라는 입장을 피력했고 일부는 심의본 제출 당일(6일) 의결하자고 주장했다"면서 "한쪽의 주장에 불과한 '자유민주주의' 표현 유지, 국제적 권고를 무시하고 성평등 및 포괄적 성교육의 일환인 '섹슈얼리티' 용어 추가 삭제, 보편적 시대 정신인 일과 노동의 가치 미반영 등 그동안 제기된 쟁점을 해소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됐다"고 꼬집었다.
앞서 국교위는 6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22 개정 교육과정' 심의본을 처음으로 상정한 뒤 14일까지 총 3차례의 전체 회의와 소위원회를 거쳐 의결했다.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간 대립이 거셌던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 성취 기준과 성취 기준 해설에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표현은 그대로 유지됐고, 중학교 역사 과목 성취 기준 해설에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명시됐다.
이날 기자회견을 한 3명의 위원들은 "국교위 심의본 분량이 수백 쪽에 달함에도 교육부가 첫 회의 전날인 지난 5일 오후 10시 50분에 메일을 보내와 이를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쟁점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했던 소위원회에서도 충분한 토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위 조정안을 통해 연구진의 전문성·독립성을 침해했고 국교위는 그 근거와 이유를 청문하지 못했다"면서 "회의를 원칙적으로 공개하고 속기록을 작성하는 등 투명성을 강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위원별 발언 요지가 기록된 회의록도 작성해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한 3명의 위원들은 지난 15일 이승재·전은영 위원과 함께 성명을 내고 국교위 심의본이 졸속 심의를 거쳐 강행 처리됐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이튿날인 16일 강은희·김태일·정성국 등 정부·여당 성향 국교위원 10명도 성명을 내고 "합의 정신을 파기한 것은 회의 중 퇴장한 정대화·장석웅·김석준 3명"이라며 "시간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최선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려 노력했다"고 이들의 주장에 반박하고 나섰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의결을 두고 성향이 다른 국교위원들 간 공방이 이어지면서 국교위 내부 갈등 역시 깊어지는 모양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지난 14일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의결된 가운데 진보 성향 위원들은 교육과정이 졸속 처리됐다면서 비판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 9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교위 현판식의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