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대기업 집단의 총수가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 계열회사의 미등기 임원 재직 건수가 '평균 2.4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등기임원은 등기임원과 달리 연봉 공개 의무가 없고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급여는 받는 임원을 말한다.
경영상 문제에 대한 법적인 구속력도 없어 총수나 2·3세들이 책임 회피를 목적으로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흥건설, 유진, CJ, 하이트진로는 총수 1명이 5개 이상 계열사에 재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회사의 비율은 하이트진로가 46.7%로 가장 높았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2022년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58개 총수 있는 공시대상 기업집단 중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회사 비율은 5.3%(126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0.4%포인트 소폭 감소한 수준이다.
이번 조사는 67개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2521개(상장사 288개) 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 내용을 보면, 총수 일가 미등기임원의 절반 이상인 58.4%는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회사에 재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는 1인당 평균 2.4개 회사, 총수 2·3세는 1.7개 회사에 미등기임원을 겸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총수 본인의 미등기임원 겸직 수는 중흥건설(10개), 유진(6개), CJ(5개), 하이트진로(5개), 한화·장금상선(4개) 순으로 많았다. 2·3세의 1인당 평균 겸직 수는 중흥건설(10개), 유진(6개), DL(3개) 순이었다.
전체 계열사 수 대비 비중으로 따지면 하이트진로가 15개사 중 7개사(46.7%)로 총수 일가 미등기임원 재직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유진(20%), 중흥건설(18.2%), 금호석유화학(15.4%), 장금상선(14.3%) 순이었다.
대기업 이사회가 총수 일가의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경향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기간 전체 안건 8027건 중 99.31%가 원안대로 가결됐기 때문이다.
반면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주주총회 의결권 관련 제도인 집중·서면·전자투표제를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 비중은 지난해 78.8%에서 올해 85.8%로 늘었다. 특히 전자투표제 도입 회사 비율(83.7%)과 실시율(83%)은 전년보다 각각 8.5%포인트, 9.6%포인트 올랐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위원회 설치 회사의 비율은 46.9%로 29.7%포인트 증가했다.
민혜영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제도적 장치는 정착해가는 반면, 실질적인 운영 측면에서 지배주주나 경영진을 견제하기에 미흡한 부분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특히 총수 일가 미등기임원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에 집중적으로 재직하고 있어 총수 일가의 책임과 권한이 괴리되는 상황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2년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 총수는 평균 2.4개 회사에 미등기임원을 겸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공정거래위원회 세종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세종=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