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고성능 전기차를 앞다퉈 내놓으면서 내연기관 스포츠카들이 잇따라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람보르기니, 페라리 등 이른바 슈퍼카 브랜드들도 기존의 내연기관 정체성 대신 전동화 흐름을 받아들이며 친환경차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27일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카스쿱스에 따르면
기아(000270)는 지난 22일 출시한 디자인 차별화 모델인 '트리뷰트(Tribute) 에디션'을 끝으로 2023년 초 생산을 종료할 예정이다. 국내 200대를 포함해 글로벌 총 1000대만 한정 판매한다.
스팅어의 빈자리는 기아의 지난 9월 출시된 고성능 전기차 EV6 GT가 대신한다. EV6 GT는 430kW(585마력)의 최고출력과 740Nm(75.5kgf·m)의 최대토크를 갖췄다. 정지 상태에서 단 3.5초만에 시속 100km까지 도달하고 최고시속 260km의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발휘한다.
기아는 EV6 GT를 시작으로 향후 출시 예정인 전기차에 고성능 버전인 GT 모델을 브랜드화해 지속 운영할 방침이다.
스팅어 '트리뷰트 에디션'.(사진=기아)
현대차(005380)도 고성능 브랜드 N의 전동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 첫 전기 고성능차 아이오닉 5 N 론칭을 발표하면서 현실화되는 시점을 예고했다.
현대차는 내연기관 시대부터 이어온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N차량의 3대 핵심요소(코너링, 스포츠카, 주행능력)를 전기차 시대에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아우디는 2019년 2인승 스포츠카 'TT'를 단종시킨 이후 RS e-트론 GT를 출시하는 등 고성능 브랜드인 RS의 전동화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지난달 고성능 브랜드 AMG의 첫 순수 전기차 '더 뉴 메르세데스-AMG EQS 53 4MATIC+'을 출시했다. 이번 모델 출시는 벤츠가 본격 고성능 전기차 경쟁에 나섰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벤타도르 LP 780-4 울티매와 350 GT.(사진=람보르기니)
람보르기니는 내연기관 12기통(V12) 엔진 슈퍼카 양산을 중단하고 내년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출시하고 2024년까지 전 라인업을 PHEV로 생산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람보르기니는 브랜드의 상징적인 V12 슈퍼 스포츠카이자 아벤타도르의 마지막 내연기관 생산 모델로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 780-4 울타매'를 공개한 바 있다.
]람보르기니는 하이브리드로 전환을 위해 4년간 총 15억 유로(약 2조3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한다. 람보르기니 역사상 최대 투자 규모다. 람보르기니는 하이브리드 전환 이후 2028년 브랜드 최초 순수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페라리 역시 2025년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페라리는 라인업에 PHEV 모델을 운영 중이다.
그동안 슈퍼카 업체들은 브랜드 정체성 때문에 전동화를 꺼려왔다. 또 배터리 기술이 아직 슈퍼카의 요구를 만족시킬 정도로 올라오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내연기관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슈퍼카는 환경기준이 높은 유럽이 주요 시장인만큼 내연기관 엔진만 고집하면 판매 자체가 불가능진다는 위기의식이 전동화 전환 요인으로 분석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엔진 특성을 가지고 브랜드 이미지가 극대화된 슈퍼카 업체들이 이제는 친환경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판매 자체가 심각할 정도로 환경 규제가 강화됐다"며 "전기차까지는 아니어도 하이브리드차가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만큼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 위치도 이제는 바뀌어야 된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