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올해 한해 부동산 시장에는 각종 규제완화 정책이 쏟아졌다. 정부는 서울과 경기 일부를 제외한 전국의 '규제지역 빗장'을 걷어냈고 이른바 '재건축 3대 대못'으로 꼽히는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안전진단 기준을 잇달아 완화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급격한 금리인상 속도로 차갑게 얼어붙으면서 '시장 경착륙'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타 자본을 끌어들여 부동산을 매수하는 특수성을 고려할 경우 매수자들의 이자 부담이 해소되지 않는 한 침체된 시장 분위기는 쉽사리 살아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초까지 상승세를 유지했던 전국 주택 종합 매매가격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6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해 월간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지난 1월 0.10% 상승을 시작으로 2월(0.03%), 3월(0.02%), 4월(0.06%), 5월(0.01%)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다 6월 들어 0.01%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19년 8월(-0.05%) 이후 2년10개월 만에 하락세 전환이다. 이후 7월(-0.08%), 8월(-0.29%), 9월(-0.49%), 10월(-0.77%), 11월(-1.37%)에도 연이은 하락폭을 키워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집값 하락에 속도가 붙자, 정부가 내민 카드는 부동산 규제 완화다. 당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부동산 규제완화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규제 완화 기대감에 집값이 들썩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금리인상, 거래절벽, 역전세 등 연이은 악재에 서울 등 전국 집값은 정부 출범과 동시에 본격적인 하락장에 들어섰다.
결국 정부도 서둘러 규제완화 카드를 빼 든 셈이다. 윤 정부는 출범 이후 6월과 9월, 11월 3차례의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를 열고 규제지역 해제에 나섰다. 통상 주정심이 6개월마다 한 번씩 연 2회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부동산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규제지역으로 남아있는 서울과 경기 과천·광명·성남(분당·수정)·하남 등 5곳 중 일부도 이르면 내달 해제될 전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키는 것이 정책 목표다. 해제 조치를 (내년) 1월에 발표할 예정"이라며 시기를 못 박아왔다.
이와 함께 정비사업 규제 개선에 나서며 민간의 주택공급 촉진을 위한 판도 깔았다. 지난 6월 분상제 개편안을 발표했고 9월에는 재초환을 완화했다. 이번달에는 마지막으로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방안까지 발표하며 정비사업 3대 규제를 모두 풀었다. 이는 지금과 같은 집값 하락기가 오히려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규제완화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9일 발표한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취득세 세율을 12%에서 6%로, 2주택자는 8%에서 4%로 세율을 낮춘다. 내년 5월까지 한시 적용 중인 양도세 중과배제도 1년 더 연장한다. 아파트 매입 임대사업자 제도도 다시 허용키로 했다.
하지만 해당 완화 정책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주택포럼 공동 대표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조세제도를 개편한다고 해서 시장이 정상화되기는 어렵다. 지금의 시장 상황은 고금리, 글로벌 경제 위기 등 실물경제 침체 때문"이라며 "타인 자본을 끌어들여 부동산을 매수하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매수자들의 이자 부담이 해소되지 않는 한 침체된 시장 분위기가 살아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가격 하방압력이 높고 금리인상, 경기 위축으로 인한 저조한 주택거래와 구매심리 위축 등에 노출된 상태라 재건축 규제 완화가 집값 불안의 도화선으로 작용하거나 투기적 가수요 유입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당분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은 2.06% 떨어져 월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다보이는 아파트 모습.(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