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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지금은 차환이 어렵고 디폴트가 발생하며 손실에 대한 책임 분쟁도 빈발하는 긴축의 시기다. 변호사들이 더 면밀하게 일해야 하고, 불분명한 부분에 대해서도 어떻게든 가장 합리적인 답을 내놓아야 한다”
법무법인 광장 자본시장팀을 이끄는 오현주 변호사는 자본시장 환경이 열악해질수록 변호사의 ‘전문적인 사건 해결능력’이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안정적이어서 각종 금융분쟁이 손쉽게 해결될 때와 달리 위기 상황일 때 전문 변호사에게 더욱 수준 높은 지식과 판단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오현주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광장)
오현주 변호사는 자본시장 영역에서 20여년간 경력을 쌓아온 금융 전문 변호사다. 증권 거래와 파생상품 거래를 비롯한 자본시장 전반, 규제·분쟁, 기업금융 관련 분야를 폭넓게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 정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300억 달러 규모 한미통화스왑 실무 협상을 주도해 국내 외환시장 위기를 해결한 자본시장 전문가로 알려졌다.
오 변호사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으며, 세계적인 법률시장 평가기관인 ‘체임버스앤파트너스’로부터 최고등급(밴드1)을 받았다. 그는 이후에도 ALB(Asian Legal Business)가 평가한 아시아 ‘Top 15 Female Lawyers’, ‘ALB Asia Top 15 Capital Markets Lawyers’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은 오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국내 자본시장 변호사로서 명성이 드높다. 자본시장 법률자문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말해달라
△경제신문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기업과 금융 분야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문변호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변호사 초년 시절이 IMF 직후였던지라 대기업이나 금융기관 매각 실사에 여러 차례 투입됐었다. 당시 접했던 투자설명서 한줄 한줄이 복잡한 금융규제를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고 느껴졌다.
-자본시장 분야 전반에서 활약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히 관심이 가거나 집중하는 분야가 있다면?
△증권거래와 파생거래를 주로 하고 있지만, 규제 자문업무 전반에 대해서도 가리지 않고 확보하고자 노력한다. 규제에 대한 입체적이고 깊이 있는 이해가 차원이 다른 거래 자문을 하기 위한 토양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와 규제를 같이 하다 보면 그만큼 변호사에게 축적되는 사례도 늘어나기 때문에 양쪽에서 더욱 풍부하고 깊이 있는 자문을 할 수 있게 된다.
-본인을 비롯한 광장 자본시장팀이 가진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광장 자본시장팀의 강점은 함께 성장하려는 의욕이라고 생각한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돌발변수가 발생하거나 어려운 쟁점이 있을 때 동료가 함께 고민하고 연구한다. 그렇다 보니 변호사로서의 전문성이 높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특히 광장은 시장이 호황일 때 TF팀을 급조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하지 않고 오랫동안 해당 분야에서 갈고닦은 전문성에 무게를 둔다. 따라서 자본시장 내 거래와 규제, 정책 등이 어떤 식으로 유행하고 변해가는지 파악하는, 기본적 역량이 출중한 전문가로 성장한다. 이는 과거 또는 현재와는 다른 새로운 환경을 마주했을 때도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밑거름이다.
내 경우는 짧지 않은 기간 많은 사건을 맡아오며 쌓인 ‘경험’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내년이면 25년차 변호사가 된다. 앞으로도 더 통찰력 있는 자문을 드리고 싶다.
-기억에 남는 대표적인 딜이 있는가?
△종전에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외환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한 300억 달러 한미통화스왑 자문이라고 생각했었다. 오래 전 사건이기는 하지만, 국가적으로 중요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긴박한 협상에까지 참여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변호사로서는 혼자 참여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지만, 그것이 아쉬움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반면, 키코(KIKO) 사태는 수년간 광장 전체의 일원이 함께 일궈내 의미가 크다고 느껴진다. 당시는 기업이 거래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은행들이 사기 상품을 판매했다는 비방을 당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가처분사건의 법정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재판부가 금융상품의 구조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변론하는 데 성공했고, 키코사건 전체의 큰 물길을 바꿀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송무팀의 선배님들이 내게 “이 사건은 금융상품의 구조를 재판부가 얼마나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에 달렸다”라며 프레젠테이션을 맡겼다.
해당 사건에서 얻은 법률적 결론을 바탕으로 본안 승소에 이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2013년 대법원 공개변론에 참여할 기회를 얻기도 했다. 금융변호사로서는 흔치 않은 경험이었으며, 이는 리만도산·라임·옵티머스펀드 사건 등 굵직한 금융사건을 해낼 수 있는 토양이 됐다.
-올해는 강도 높은 글로벌 긴축과 함께 자본시장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법률자문 수행에서도 변화가 있었나?
△시장이 호황일 때 쉽게 성사되는 딜은 쟁점 자체가 협소하고 적다. 따라서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시장에 위기가 들이닥치면 개별 사건에 있어서도 이게 디폴트인지 아닌지, 차환발행에 응할 의무가 있는지 없는지 등 각양각색의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금은 이런 형태의 분쟁이 빈발하는 시기다. 이럴 때일수록 누가 더 깊이 있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지 중요해진다. 전형적이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에 어느 경우에서도 고객이 수긍할 수 있는 근거와 논리, 법적 결론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 목표하고 있는바가 있나?
△내가 커리어의 정점에 도달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후배들을 이끌어 잘 성장시키는 것이 현재 내게 부여된 과제라고 여긴다. 후배들이 커리어 발전에 있어 단계적으로 성취해야 할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사건 참여기회를 많이 주고자 한다. 그리고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로서 시장에도 기여하기 위해 공익적인 자문활동, 학회 참여 등을 늘리려고 한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