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반시장적 논리" vs. "결국 법이 필요한 영역"
입력 : 2023-01-03 오후 4:44:14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간신히 국회 문턱을 넘은 납품대금 연동제지만, 마지막까지 각계의 반발은 이어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납품대금 연동제의 법제화로 인해 계약자유의 원칙 같은 사법체계의 근간이 훼손될 수 있다며 연동제 법제화 반대에 총력을 다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가운데)과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창호커튼월협회 등 18개 중소기업 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4월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납품단가 제값받기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 설치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납품 가격 결정에 개입하는 것이 시장 질서를 왜곡할 우려가 크다고 것이 반대 요지다. 계약은 당사자 자율에 맡겨야 하는데 이를 법률로 강제하게 되면 거래 질서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거래질서에 혼란이 생기면 이같은 피해가 결국 중소기업으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이들은 납품대금 연동제가 자칫 통상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국내 기업이 하청계약을 맺을 때만 외국기업보다 유리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돼 세계무역기구(WTO)협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내놓았다. 특히 국내외 경제가 본격적 침체를 앞두고 있어, 납품대금 연동제가 기업간 거래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반대논리를 펼쳐왔다.
 
반면 중소기업계는 납품대금 연동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한 거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중소기업 의견조사'에 따르면 2020년 대비 2021년의 원재료 가격은 평균 47.6%가 상승했다. 하지만 납품단가 상승률은 10.2%에 그쳤으며 이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7.0%에서 4.7%로 감소했다. 원자재 급등은 협력사에 부담이 이어지고 있으며 급등으로 인한 피해를 중소기업이 떠안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도 중소기업은 급등한 가격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협상력의 차이로 인해 감히 대기업에 단가를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관철시키기는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는 점에서 이를 '법의 영역'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중소기업계에서는 납품대금 연동제로 인해 소비자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대기업 측의 논리에 대해 "소비자 가격은 원재료 가격뿐 아니라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면서 "소비자 가격 상승에 대한 책임을 납품단가 연동제와 연관시켜 중소기업에게만 전가시키는 것은 무리한 마녀사냥"이라고 맞섰다. 결국 중소기업이 납품단가를 제대로 받아야 품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고, 이는 곧 완제품 품질 제고로 이어져 소비자 후생도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미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해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포스코는 납품단가 조정제도와 연동제 등을 2003년부터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연간 자재구매의 30% 수준인 5900억원 규모로 22개 품목에 대해 연동제를 도입한 상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중소기업계와 국회 여·야 할 것 없이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법제화는 현실이 됐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보라 기자
SNS 계정 : 메일 트윗터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