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배구조 난관에 직면했다. 보험업법 개정으로 삼성전자 지분 변동에 따른 대규모 자금 소요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인수합병(M&A) 투자도 막힘이 있어, 이 회장이 현안을 해소할지 주목된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소위 ‘삼성생명법’으로 삼성전자 주식이 대량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법안 최초 발의 후 8년여 만에 법안심사소위에 오른 만큼 가능성은 여느 때보다 높다.
재계는 매각 지분을 계열사들이 사들여 그룹 내 내재화할 것으로 본다. 내재화 방법으로는 삼성전자가 매각 지분을 자사주로 사들이는 방법이 꼽힌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대규모 자금을 지출하게 된다. 해당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지분 중 일부(보험사 총자산의 3% 초과분)를 매각해야 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지분은 8.51%, 삼성화재는 1.49%다. 이들 지분의 최근 시장 가치는 30조원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또 각사의 총 자산 또는 자본에서 허용가능한 3%를 초과하는 부분은 총 25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그간 보유지분을 원가로 평가해 3% 기준을 충족했지만 시가로 평가해야 하는 법 통과 시 25조원 상당 주식을 매각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44조원이다. 따라서 매각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하기 위해 25조원 실탄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대규모 M&A 투자를 예고한 터라 자금 사용처가 분산되는 것은 부담이다. 여당도 삼성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진다는 이유 외에도 투자여력 감소를 삼성생명법 반대 논리로 제시해왔다.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일부를 매각해 실탄을 마련하는 방안도 거론돼 왔다. 삼성물산이 시장에 풀리는 삼성전자 주식을 흡수해 내재화하는 방법이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과 삼성물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매각 방법이 함께 쓰일 수도 있다.
이런 지분 정리 끝에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자산이 커질 경우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될 우려도 나온다. 삼성이 지주전환할 경우 금융 계열사를 분리해야 하는 문제도 파생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생명 등이 삼성물산 자회사에서 제외돼 강제 지주전환 리스크를 벗어날 것으로도 본다.
자사주 매입은 지주전환 리스크의 대책도 된다. 하지만 자사주 방법도 대량으로 매각되는 지분을 일시에 흡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따라 야당은 ‘삼성생명 퇴로법’을 마련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 규정의 제·개정으로 특정 주주의 지분매각이 강제되는 경우 매수자를 찾을 수 없는 등 불가피한 사유에 한해 금융위원회 승인을 얻어 특정주주로부터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다만 매입 주식은 즉각 소각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자사주의 공개매수나 블록딜을 통해 삼성전자 매각 지분의 누수가 없도록 해주는 법안”이라며 “보험업법 개정안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일종의 협상 카드로 쓰일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