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대그룹 시총이 지난해 300조원가량 급감했다. 사진은 삼성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지난해 시가총액 상위 10대그룹의 가치가 300조원가량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에다 시총 하락으로 회사채 조달 여력도 감소해 그룹들의 자금 압박이 작지 않은 형편이다.
9일 한국거래소 및 각 그룹에 따르면 작년 첫 시장이 열린 1월3일 종가 기준 상위 10대 그룹 시총은 총 1426조원이었다. 또 작년 연말 12월30일 종가 기준 시총은 1129조원으로 1년새 297조원이나 감소했다. 시총 1위 삼성그룹이 이 기간 671조원에서 516조원으로 155조원 줄었다. 상위 10대 그룹 중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이어 연초 201조원으로 2위였던 SK그룹이 연말 122조원으로 79조원 감소하며 순위도 3위로 밀렸다. 또 3위 현대차그룹이 같은 기간 129조원에서 97조원으로 32조원 후퇴하며 4위가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했던 LG그룹이 연초 125조원에서 197조원으로 72조나 증가해 2위를 꿰찼다.
이어 카카오그룹이 110조원서 46조원(64조원 감소), 네이버그룹이 61조원서 29조원(32조원 감소), 셀트리온그룹이 44조원서 34조원(10조원 감소), 롯데그룹이 21조원서 18조원으로 줄어든 추이를 보였다. 반면 포스코그룹은 39조원서 41조원(2조원 증가), 현대중공업그룹은 25조원서 28조원(3조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연초 5위부터 카카오, 네이버, 셀트리온, 포스코, 현대중공업, 롯데 차례였던 순위는 연말 카카오, 포스코, 셀트리온, 네이버, 현대중공업 순으로 바뀌었다. 10위 롯데그룹은 연말 10위권에서 밀려나 그 자리를 한화그룹이 차지했다. 한화는 연초와 동일하게 연말 19조원을 유지해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금리 인상, 경기침체 우려,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주식시장이 부진하면서 국내 그룹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삼성그룹의 경우 핵심 사업인 반도체 사업 실적이 4분기 하락반전 됐을 것으로 추정되나 삼성전자 주가는 이미 그 전에 부진했다.
시총 부진은 그룹들의 레버리지를 약화시킨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를 비롯해 대규모 인수합병(M&A) 성사를 예고해온 삼성 등도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된 것은 부정적이다. 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으면 신규 투자를 위해 보유 현금 사용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올 들어 경기침체 불안이 커진 상태에서 유동성을 늘려 대응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부담감이 커진다.
재계 관계자는 “금융경색으로 기업이 체감하는 경영위기가 예상보다 훨씬 크게 다가온다”라며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세액공제를 확대했지만 원자재값 상승과 금리 인상 등 고비용 부담을 정부가 덜어줘야 투자 선순환이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