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들이 시총 부진에 실적도 감소해 기업가치가 하락할 전망이다. 사진은 수출 부두에 안개가 낀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시가총액 부진을 겪는 주요 그룹들이 실적도 하락세로 꺾여 기업가치(EV)가 급락할 것이 우려된다. 기업가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구성하는 핵심이며 해외 투자기관들의 평가 지표로 활용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9일 각 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와 전자,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했다.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등 기조로 올해 경기위축 신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 이같은 실적 부진은 장기화될 수 있다. 지난해 시총 상위 10대그룹의 가치가 300조원가량 감소하는 등 시총 부진에다 실적 부진까지 겹치면 EV(시총+순차입금) 감소도 불가피하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우 꾸준히 반도체 시설 투자를 집행하면서도 호실적에 따른 현금 유입량은 차입금을 충당하고도 남았다. 삼성그룹의 2021년말 기준 보유 현금 및 예금은 차입금을 갚고도 100조원이 남는 수준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런 풍족함은 실적 하락 이후 경색될 수밖에 없다. 특히 삼성그룹 시총이 작년 155조원이나 줄어든 상태라 투자를 대폭 줄이거나 실적이 호전되지 않는 한 EV 감소는 필연적이다. 수출 대들보인 반도체는 글로벌 경기 위축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나마 강달러가 반도체 수출에 긍정적이나 메모리 제품 시황도 부진하다. 작년 시총이 79조원 빠진 SK그룹도 SK하이닉스의 실적 부진 타격이 작지 않다.
삼성그룹은 대신 지난해 적자가 지속됐던 삼성중공업의 영업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후판을 비롯한 원자재가격 상승 탓에 적자가 길었지만 수주잔량이 늘어난 덕분이다. SK그룹의 경우 또다른 사업 축인 정유·화학이 녹록지 않은 영업 환경에 처해 있다. 이들 업종은 원자재값 등락에 따라 실적이 급변하지만 경기 민감 업종에 속한다.
작년 시총이 32조원 줄은 현대차그룹도 실적이 안갯속에 있다. 고가 소비재인 자동차는 비교적 경기에 민감한 편이다. 할부금융을 활용한 자동차 구매 비중도 높아 금리 인상이 구매력을 약화시킨다. 그럼에도 수출 역군으로 성장 중인 전기차 사업이 지속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EV6 등으로 특히 미국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인플레감축법(IRA) 변수가 상존한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등에 힘입어 작년 시총이 72조나 증가했던 LG그룹은 전기차 시장 확대 수혜를 계속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화학사업 실적 전망이 불투명하고 전자·디스플레이 실적은 이미 하락세를 보인다. LG그룹이 자동차용 배터리 신규 투자를 지속하면서 차입금과 보유 현금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각 그룹은 유동성 대책과 수요 침체 대응 차원에서 올해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유지할지 고심하고 있다. SK는 이미 올해 반도체 투자를 줄이기로 결정했지만 삼성은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고 외부에 말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실적 하락에 금리 상승 부담도 커 기업들이 차입금을 줄이고 보유 현금으로 상환을 늘릴 수 있다”라며 “그러면 금융비용 부담은 줄일 수 있지만 그만큼 신규 투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