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가파른 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지난해 말 전국 아파트 가격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서울 지역의 주요 단지 아파트값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조정기를 상급지로 이동하는 기회로 삼는 실수요자들도 있는데요. 후보로 삼을만한 단지를 추려서 돌아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강북의 대표적인 직주근접 지역인 마포구의 대장주로 꼽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이하 마래푸)를 직접 방문해 현장 분위기를 알아봤습니다.
마래푸는 아현3구역을 재개발한 단지로 총 3885세대(임대 661세대)로 구성된 대단지 아파트입니다. 광화문과 여의도를 15분 안에 접근할 수 있죠. 지난 2014년 9월 입주를 시작해 올해로 9년 차입니다. 지하 6층, 지상 30층, 총 44개동, 전용면적 59~145㎡로 구성돼 있으며 15가지 타입으로 나뉩니다. 임대형을 제외하고 84㎡형이 1458세대로 가장 많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59㎡ 1241세대, 114㎡ 499세대, 145㎡ 26세대입니다. 4개 단지로 구성됐으며, 1·2단지는 대우건설이 3·4단지는 삼성물산이 시공했습니다. 커뮤니티 시설로 골프연습장, 사우나, 독서실, 게스트룸, 탁구장 등이 있습니다.
103동 앞에서 바라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경. 좌측으로 3단지, 우측으로 4단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진=홍연 기자)
마래푸 2단지 전경. 2호선 아현역과 5호선 애오개역과 모두 가까운 더블 역세권으로 선호도가 높은 편입니다. (사진=홍연 기자)
마래푸 전용 84㎡형은 지난해부터 줄줄이 가격이 하락해 거래됐습니다. 지난해 4월 19억3000만원에 5월 18억7500만원, 9월 17억15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으며 지난달 17일에는 16억2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1.3 부동산 규제 완화 발표 이후 최근 방문한 인근 중개업소들은 한산했습니다. 시장 상황 파악을 위한 문의 전화는 있었으나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지면서 적극적으로 매수하겠다는 사람은 없었다고 합니다.
집주인들이 내놓은 매도호가를 보면 전용면적 84㎡형은 15억5000만~16억5000만원 수준입니다. 아현역과 애오개역과 거리가 있고 지대가 높은 점이 시세에 반영돼 3단지가 가격이 가장 낮았고, 상가와 5호선 이용이 편리한 4단지가 16억5000만원으로 가격이 가장 높았습니다. 아현역과 가장 가까운 1단지는 16억원이었습니다. 초급매인 15억원대 초반 매물은 없었고,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와의 괴리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매수자우위시장인만큼 네고(Negotiation·가격 인하 협상)로 이전보다는 가격을 좀더 깎을 수 있는 분위깁니다.
마래푸는 단지별로 장단점이 뚜렷한 곳이었습니다. 우선 1단지는 2호선 아현역에서 가장 가까운데다 바로 옆에 마포더클래시가 들어서면서 길도 재정비됐습니다. 공원도 4월이면 문을 연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2단지가 선호도 1순위였는데 점차 1단지로 바뀌는 추세라고 합니다. 다만 동간 배치는 좀 빡빡한 편입니다.
2단지는 2호선 아현역과 5호선 애오개역과 모두 가깝습니다. 서울 도심, 여의도로 출근하는 맞벌이 부부에게 최적화된 곳이라고 할 수 있겠죠. 또 1,2단지 건너편에는 아현 초, 중학교가 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야 해서 때문에 초품아·중품아는 아니지만 아파트와 가까워 자녀를 둔 부부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단지 곳곳에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가정 어린이집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흥 학원가와는 떨어져 있어 학업 성취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자녀가 중학교에 진학하기 전 목동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마래푸 1,2단지 건너편에는 아현초등학교와 아현중학교가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사진=홍연 기자)
마래푸 4단지에 위치한 상가들. 각종 편의시설을 비롯해 상가를 이용하기 편리합니다. (사진=홍연 기자)
마래푸 4단지 안에 있는 엘리베이터와 계단. 단지가 언덕에 위치하다 보니 단지 안에서도 높이 차이가 있습니다. (사진=홍연 기자)
3단지는 역과 거리가 먼데다 지대가 높아지면서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의 선호도는 낮을 것 같더군요. 자차를 이용하거나 조용한 곳을 선호하면 이 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3단지 아이들의 경우 아현 뉴타운 우수학군으로 거론되는 한서초등학교에 배정되고, 단지와 바로 연결된 초품아로 통학이 편리합니다. 쌍룡산 공원과 도서관과도 가깝습니다. 4단지는 5호선과 가깝고, 지하 주차장에서 헬스장과 연결돼 있어 편의시설을 비롯해 상가를 이용하기가 편리합니다. 상권 구성이 잘 돼 있어 다른 아파트 단지 사람들의 이용률도 높다고 합니다.
단지가 언덕에 위치해 단지 내 단차로 인해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4단지의 경우 상가에서 엘리베이터를 두 번 갈아타야 3단지로 이동이 가능했습니다. 지상에는 주차장이 없으며, 마을버스도 다니지 않아 안전하게 도보로 다닐 수 있습니다. 원래 단지를 지나는 마을버스가 생길 예정이었으나 안전과 소음을 우려한 입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하네요. 스쿨버스와 학원 차는 단지 안쪽까지 들어올 수 있다고 합니다. 특이한 점은 단지 내 대형 교회가 5개나 있다는 건데, 이로 인한 주차나 소음 문제는 없다고 합니다. 차로 8분 거리에 대형마트인 공덕 이마트가 있고, 근처에는 식자재마트와 아현시장이 있어 장보기도 수월합니다.
마래푸는 일대에 e편한세상신촌, 신촌그랑자이, 힐스테이트 신촌, 마포자이3차가 잇따라 입주했는데도 실수요가 탄탄히 있어 입주 9년 차에 여전히 대장주 아파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일명 '신축빨'이 2~3년 뒤면 빠지는데 이후에는 입지의 재평가가 이뤄져 더블 역세권에 자리한 마래푸의 가격이 다시 오른 것입니다.
단지 내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하락세에도 30평대는 전세가 7억 밑으로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라며 "내년 국회의원 선거도 앞두고 있고 서로 상황을 보자는 관망세가 우세해 위로든 아래든 당분간 가격 반전은 없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가격이든 상황이든 현재 마래푸는 '아직 가까이하기엔 다소 아쉬운 당신'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2단지 앞에서 도시형 생활주택이 지하 6층~지상18층 규모로 공사 중입니다. (사진=홍연 기자)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한 이 지역 최고가 아파트 마포더클래시입니다. 그 옆으로 마래푸 1단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진=홍연 기자)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