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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BBBY’ 4일간 4배 폭등…금리하락 설레발?
적자 쌓이고 돈 마르는데…따라갔단 큰일나요
입력 : 2023-01-14 오전 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밈(Meme) 주식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주가 오른다고 따라갔다 큰 코 다칠 수 있으니까 조심하길 바랍니다. 
 
현지시각 12일 미국 나스닥 증시에서 베드배스앤드비욘드(Bed Bath & Beyond, 종목기호 BBBY) 주가가 하룻밤 새 50.14%나 폭등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미국 주식엔 우리의 상·하한가 같은 가격제한폭이 없다 보니 하루에 주가가 2배 폭등하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이상한 일이 아니죠. 하지만 그 주인공이 BBBY였다는 사실이 시장을 들썩이게 만들었습니다. 
 
BBBY의 폭등은 이날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지난 9일엔 22.66%, 10일 27.78%, 11일 68.60%, 그리고 12일까지 나흘 동안 무려 300%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지난주 1.31달러로 마감했던 주가가 5.24달러로 정확히 4배 올랐어요. 기사를 13일에 쓰고 있는데 우리 시간으로 토요일 새벽 얼마에 마감하느냐에 따라 주간 기록이 달라지겠죠. 
 
BBBY의 주가 상승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종목은 지난 2020년 한 해 전 세계를 달군 대표적인 밈 주식 중 하나였으니까요. 
 
나흘간 4배? 올라서 10분의 1 토막!
 
BBBY는 가정용품, 아기용품, 미용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점 체인을 운영합니다. 미국 50개주와 캐나나, 콜롬비아, 푸에르토리코 등지에 771개의 BBBY 매장이 있어요. 또 캐나다에 베이비(BABY) 매장 133개, 하몬페이스밸류(Harmon Face Value) 등 52개 매장도 운영 중이죠. 우리나라의 올리브영이나 자주(JAJU), 다이소 같은 매장을 떠올리면 될 것 같습니다. 이외에 온라인 인테리어 디자인 플랫폼도 운영 중입니다.
 
수많은 매장에서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지만 성과는 좋지 않습니다. 매출은 계속 감소하고 적자폭만 커지고 있으니까요. 지난해(2022년 2월 결산)에서 4억달러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 올해 적자폭은 9억달러에 이를 전망입니다. 지난 3분기(9~11월)에만 1주당 3.65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시장 컨센서스(-2.23달러)보다 더 나쁜 결과였어요.
 
BBBY는 과거 밈 주식들이 폭등하던 기간에 함께 기세를 떨쳤습니다. 2021년 1월 한때는 53.9달러까지 올랐던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생활용품 팔아 손해만 보는 회사가 왜 밈 주식으로 투자자들의 환호를 받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애초에 밈(Meme)의 뜻이 ‘맥락 없다’ ‘뜬금없다’라고 하니까 주가 상승을 어리둥절하게 생각하는 것이 정상 같기도 합니다.
 
나흘 동안 4배 올랐는데 4배나 올라서 최고가의 10분의 1 가격이 됐군요. 그간 얼마나 추락했는지가 선명하게 대비됩니다. 
 
 
밈 기업 ‘적자+현금고갈’ 닮은꼴 
 
BBBY만 올랐다면 밈 주식을 언급하긴 어려울 겁니다. 또 다른 밈 주식 게임스톱(Gamestop, 종목기호 GME)은 BBBY의 급등을 보며 자신감을 얻었는지 하루 늦게 10일부터 상승을 시작했습니다. 
 
16.38달러에서 20.63달러로 사흘간 25.94% 올랐네요. BBBY의 상승률에 비하면 별 것 아니지만 전체 시장에 비교해 큰 폭의 상승 맞습니다.
 
게임스톱은 비디오게임 소매업체입니다. 온라인게임이 대세인 시대를 거스르는 사업을 매우 방대하게 하고 있어요. 좋은 실적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현재 매출은 정체 상태이고, 매년 3억~4억달러씩 영업적자가 쌓여가는 중입니다. 직원을 대량해고해 비용을 줄이면서 버티는 중입니다. 
 
행동주의 투자로 유명한 칼 아이칸은 2021년 2월 게임스톱의 주가가 483달러까지 치솟았을 때 이 종목의 숏 포지션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숏(short)이란 가격이 하락할 때 이익이 발생하는 역방향 투자입니다. 
 
지난해 11월말 현지 언론은 칼 아이칸이 여전히 숏 포지션을 보유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렇다면 게임스톱이 지난해 7월 주식 1주를 4주로 분할한 것을 감안해도 6배쯤 평가이익이 났겠군요. 뜬금없는 폭등에 대응하는 숏 포지션, 공매도 등은 지극히 정상적인 투자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보유한 AMC엔터테인먼트홀딩스(AMC)도 11일 21.18% 급등하는 등 최근 나흘간 연속 상승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내 영화관을 보면 알 수 있듯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친 지난 3년간 관객수가 급감했습니다. 사람들은 코로나에 무뎌져 가는데도 관객수는 그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어요. 
 
AMC는 2020년 45억달러가 넘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그후 2년간 적자 규모는 줄었지만 타격이 큽니다. 다른 밈 주식에 비해 상승폭이 크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까요? AMC는 지난달 우선주를 매각해 1억1000만달러를 조달하겠다고 발표했다.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기업 이항홀딩스(Ehang Holdings, 종목기호 EH)도 요즘 분위기가 좋습니다. BBBY가 단기간에 급등했다면 이항홀딩스는 두 달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8.58달러로 마감했는데 벌써 13.02달러네요. 11월말 주가는 4.69달러였습니다.
 
이항홀딩스는 자율항공기를 만드는 기업입니다. 드론에서부터 사람이 타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만듭니다. 허황된 꿈을 좇는 기업은 아니지만 역시 이익이 나질 않습니다. 매출보다 영업적자폭이 커요. 전략적 제휴를 하면서 발을 넓히고는 있는데 12월말 기준으로 회사에 자금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시중금리 하락에 기댄 무리한 기대감
 
이처럼 대표적인 밈 주식들은 요즘 형편없는 실적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밈 주식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 Roundhrill MEME ETF 주가는 올해 12.64% 상승했습니다. ‘돈나무언니’ 캐시우드의 ARK Innovation ETF 주가도 고갤 들었습니다. 물론 둘 다 12월 낙폭도 되돌리지 못한 수준입니다.
 
일부에서는 미국채 등 시장의 금리가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강하게 밝힌 것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는 데서 이유를 찾기도 합니다. 밈 주식 열풍은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의 힘을 빌려 진행됐으니까요. 금리 상승은 유동성 회수를 의미합니다. 이게 멈추면 밈 주식도 한숨 돌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걸까요? 작년말 1만6530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들어 1만8700달러를 넘어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BBBY의 주가가 급등하자 숏 스퀴즈 가능성을 언급한 보고서도 나왔습니다. 숏 스퀴즈란 공매도를 한 투자자가 주가가 상승할 경우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매수해 공매도 포지션을 정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주가 상승이 추가 매수를 불러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다른 전문가는 공매도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주가가 뛰었을 가능성을 언급합니다. 앞으로 청산한다는 게 아니라 이미 청산해서 올랐다는 것입니다. 추가로 오르기는 어렵다는 말이죠.
 
단기간의 주가 변동에 따른 시장 참여자의 대응이 어떤 결과를 낳든 그것이 현재 기업의 경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적자는 쌓여가고 돈은 말라가는데 단기간에 주가 올랐다고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까요?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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