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8일 검찰 진술서를 통해 SK증권 특정금전신탁 방식으로 인해 천화동인 수익자들의 존재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사건 관련 SK그룹 연루설을 재소환했습니다. SK증권이 특정금전신탁 형식으로 출자해 사건 수익자들을 몰랐다고 진술하면서입니다.
지난 28일 이 대표는 검찰 진술서 전문을 공개해 천화동인 1호가 본인 것이라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저는 천화동인 1호와 관계가 없고 언론보도 전까지 존재 자체를 몰랐다’며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들은 천화동인 1호를 포함한 수익자들은 모두 SK증권 특정금전신탁 형식으로 들어왔다는데, 제가 그것을 알 수가 없다’고 진술서에 썼습니다.
그는 또 ‘천화동인 1호는 화천대유 100% 출자회사이고 화천대유 주주는 김만배씨라고 한다’며 ‘제가 천화동인 1호의 실주인이 아님은 천화동인 1호 재산의 처분내용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개발사업에서 모두 2018억원을 배당받았는데 배당이 이뤄지자마자 수백억원이 김만배씨의 대여금 형식 등으로 새 나갔고 주식투자나 부동산구입에 수십억원이 사용됐으며 그 중 일부는 손실 처리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장동 사건은 화천대유라는 특정 민간회사에 거액의 개발환수이익을 몰아줘 이 대표가 배임죄 혐의가 있다는 게 쟁점인데 이 대표는 SK증권에 가려져 수익구조를 몰랐다는 얘기입니다.
화천대유는 수천억원 개발 이익을 배당금으로 수령했습니다. 이와 관련 SK증권은 2015년 7월 성남시 산하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 뜰’에 하나은행, KB국민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권에 섞여 자본금을 출자(6%)했습니다. 단, SK증권만 복수의 천화동인(1~7호)과 특정금전신탁 계약을 맺어 대리투자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천화동인 대주주인 화천대유는 당시 SPC 지분 1%만 가져갔지만 SK증권을 통해 사실상 7%를 확보했던 셈입니다.
앞서 SK그룹은 금산분리 규제에 따라 SK증권을 불가피하게 매각했습니다. 매각시점은 2018년 3월경입니다. 당초 케이프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인수하려다 철회하고 J&W파트너스 사모펀드가 SK증권을 인수했습니다. SK증권은 이후에도 사명 사용기한을 연장해왔으며 SK그룹 회사채 물량을 다수 확보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보입니다.
SK그룹은 SK증권을 팔지 않기 위해 국회서 계류됐던 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 법안 통과를 오랫동안 바랐습니다. 2007년 지주회사 전환 후 금산분리 규정 4년 유예기간을 거쳐 2011년에 매각해야 했으나 SKC가 보유한 지분 블록딜과 지주회사 체제 밖에 있던 SK C&C에 지분 매각하는 등 금융지주회사 법안 통과 가능성이 상존한 가운데 매각 시기를 미뤄왔습니다. 이런 SK증권은 과거에도 유죄 판결이 확정됐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사건 관련 삼성증권과 함께 BW를 샀다가 이재용 회장에게 되파는 등 그룹 내 중요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SK그룹 연루설은 야당 측 주장입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21년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화천대유 의혹과 관련해 400억원을 지급한 근거에 주목해야 한다며 SK그룹 연루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대장동 개발 사업의 시드머니를 댄 SK오너 일가와의 관계를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추 전 장관은 당시 페이스북에 ‘박근혜 정권의 민정수석(곽상도 의원)과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의 특별검사(박영수 전 특검)가 모두 화천대유로부터 부당한 특혜를 받은 것은 아닌지, 딸과 아들의 명의로 사실상 뇌물성 금품을 받은 것은 아닌지 세간의 의혹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화천대유와 곽상도, 박영수를 한 데 묶을 수 있는 유일한 고리는 SK 최 회장의 사면과 수사와 관계되는 일’이라고 썼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그러나 대장동이 뭔지, 여동생이 투자를 했는지, 신문에 나온 나중에야 알게 됐다며 본인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