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애플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이른바 '배터리 게이트' 의혹과 관련해 국내 소비자들이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지숙)는 2일 아이폰 이용자 9800여명이 애플코리아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모두 원고인 소비자 측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병합된 사건들까지 더하면 전체 원고는 6만2806명입니다.
'새 제품 구매 유도' 의혹 인정 안 해…고지의무 다 안했다는 주장도
재판부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전원이 예기치 않게 꺼지는 것보다 최고 성능이 일부 제한되더라도 전원이 꺼지지 않는 것이 더 유용할 수 있다"고 "사용자들이 구체적인 고지를 받았다면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애플이 후속 제품에도 성능조절 기능을 탑재한 점, 문제가 된 운영체제 업데이트에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불편한 점을 보완할 다른 개선 사항이 포함된 점을 근거로 새 제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함이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애플이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는 소비자의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해당 업데이트를 소비자에게 유해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어 구체적인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배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애플, 성능저하 인정…2018년 소비자들 소송 제기
앞서 2017년 12월 일부 소비자가 아이폰 운영체제(iOS) 업데이트 후 성능이 눈에 띄게 저하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애플이 아이폰의 속도가 느려지면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신형 아이폰으로 교체할 것을 노리고 고의로 성능을 떨어뜨렸다는 의혹까지 불거졌습니다.
애플은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면 스마트폰이 갑자기 꺼질 수 있어 속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전력 수요를 감소시켰다며 사실상 성능 저하를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다만 새 제품 구매를 유도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은 2018년 "문제의 업데이트를 설치해 아이폰 성능이 저하되는 손상을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애플, 미국·칠레서는 배상하기로
이들의 대리인은 이날 판결 뒤 입장문을 통해 "판결문을 입수하는 대로 검토해 항소 여부 등 후속 대책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승패와 무관하게 이번 소송과정에서 소비자집단소송제도의 부재, 증거개시(디스커버리)제도의 부재 등으로 인해 집단적 소비자피해구제에 큰 한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애플을 상대로 한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이 이어졌습니다. 애플은 같은 문제로 2020년 미국에서 최대 5억달러(약 6000억원 이하)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칠레에서 당한 집단소송에선 지난해 4월 총 25억 페소(약 38억원)를 배상하기로 했습니다.
애플 로고 (사진=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